[자영업, 한국 경제 늪이 되다] <4> 임금근로자 확대가 답이다
3700억원 예산 고용부의 취업패키지, 35세 이상 이용자는 5.6% 불과
호응 큰 폴리텍 중년 교육처럼 현장에 쓸 수 있는 직업훈련 해야
한국폴리텍대 남인천 캠퍼스가 신중년 특화과정으로 운영하는 스마트전기과(정원 25명)는 모집 때마다 3대1이 넘는 입학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스마트전기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 제공

자영업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기존 임금 근로자를 주된 일자리에 오래 머물게 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 조직 내 세대교체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길어진 평균수명 때문에 60세에 퇴직을 해도 마냥 쉴 수만은 없다 보니 자영업의 위기를 말해도 창업을 고민하는 퇴직자들은 생겨난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비자발적 창업을 억제하고, 이들을 임금근로자로 전환시킬 묘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적절한 취업교육ㆍ훈련이 ‘비자발적 은퇴-창업-실패-재창업’의 굴레를 끊을 수 있는 해법이라고 말한다.

◇중장년 퇴직자 특성 고려 않는 재취업교육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중장년을 위한 재취업교육(직업훈련)을 하고 있지만, 비중도 작고 특성화도 안돼 있다. 2009년 시작된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은 상담과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프로그램. 올해 예산만 3,70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이용자는 주로 저소득층과 청년층이다. 지난해 참여인원(29만8,659명) 중 만 35세 이상 비중은 5.6%(1만6,751명)에 불과하다. 청년층(만 19~34세)이 62.0%(18만5,023명)였고 저소득층이 32.4%(9만6,885명)를 차지했다. 중장년층에 특화된 연계훈련 프로그램이 적기 때문이다.

비용을 보조하며 훈련에 연계하는 또다른 프로그램인 내일배움카드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취ㆍ창업을 준비하는 실업자ㆍ퇴직자 등에게 훈련비(1인당 200만원 한도)를 지원하는 ‘중장년층 특화과정’프로그램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전기내선공사 양성과정, 스마트패턴 실무 과정 등 단순 기술훈련이다. 지난해초 30년 가까이 일하던 정보통신기술회사에서 퇴직한 후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훈련을 받으려 했던 최한석(가명ㆍ56)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경력을 감안한 재취업교육 프로그램 추천이나 구인ㆍ구직 정보를 기대했지만, 단순 자격증 취득교육을 나열해놓은 정도”였다고 말했다.

퇴직자 대상 전직교육 전문가인 장욱희 커리어파트너 대표는 “퇴직자들도 자영업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창업이나 귀농ㆍ귀촌이 아닌 재취업을 원하는 추세”라며 “수요는 많지만 민간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체계으로 재취업교육을 하는 곳이 손에 꼽힌다”고 지적했다.

물론 성과를 내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해 시작된 한국폴리텍대의 신중년특화과정은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3~6개월간 공조냉동, 자동차복원, 특수용접 등 각종 기술 교육을 국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취업률이 57.0%(2017년)에 이를 정도로 안착했다. 입학 경쟁률이 평균 3대1(지난해 하반기 모집한 5개 과정 기준)이 넘을 정도다. 다만 2017년과 2018년 각각 수료자 수가 1,213명(66개 과정), 1,919명(50개 과정)밖에 되지 않는 등 은퇴자들의 재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킬 만한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점은 한계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미래인재자격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취업교육의 성패는 일자리와 연계도를 높이는 데 있다”며 “폴리텍은 현장과 가까운 직업훈련 전문기관으로서 축적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취업 교육ㆍ사회안전망 강화 자영업 러시 막는다

퇴직자 재취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해 프로그램의 양을 늘리는 한편 교육 조기화와 컨설팅 강화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교육 조기화는 퇴직 후 경제적으로도 불안해지고 쫓기듯 재취업 준비를 하게 돼 실패 확률도 높아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다.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은 “퇴직 후 급한 마음에 무작정 재취업 분야를 정하고 단기 교육을 받으면 단순직에 취업했다가 금방 퇴사하거나 교육을 받고도 관련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퇴직 전 자신의 역량을 분석하고 직업을 탐색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최근 이런 전직교육 강화로 정책 방향을 바꿔가고 있다. 정부는 2016년 기업이 예비 퇴직자 전직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계에 봉착한 자영업자를 임금근로자로 전환하기 위해 직업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생계유지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마냥 취업 준비를 위해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지난 2012년 자영업자를 위한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됐지만 가입률은 저조하다. 자영업자는 전체 500만명이 넘는데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만8,221명(2018년말 기준)에 그친다.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는 직장인과 달리 온전히 본인이 내야 한다. 폐업을 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위해 당장 불규칙한 소득에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겠다는 자영업자 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 울산시에서 PC방을 운영하다 2년 만에 폐업을 한 장현우(가명ㆍ36)씨도 “사업을 할 때는 한 푼이 아쉽다 보니 고용보험 등을 가입할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 다른 혜택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고용부는 지난해 1월 안전관리 상담사, 박물관 해설사 등 84개 신중년 적합직무에 만 50세 이상 실업자를 3개월 간 고용 유지한 중소기업 등에게 최대 월 80만원을 1년간 지원하는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제도를 시작했고, 지원 대상을 지난해 3,000명에서 올해 5,0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를 임금노동 영역에 안착시키려면 직업교육과 구직급여가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자영업자가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가입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1인 자영업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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