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법조인상’ 대표 수상 다카기 겐이치 인터뷰
“아버지를 잃고도 사망 소식조차 듣지 못한 어린 딸의 억울함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를 찾은 일본인 변호사 다카기 겐이치(高木建一ㆍ74)씨는 1991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어느새 70세가 됐다는 원고는 태평양전쟁 때 징용된 아버지를 잃은 딸이다. 그가 맡았던 이 소송은 ‘일본군 피해 한국인들의 재산 및 권리는 소멸됐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하지만 다카기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전히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을 방패로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인정 판결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인 김복동 할머니 추모 행렬이 이어진 이날 법조언론인클럽은 한일 변호인단(단장 최봉태ㆍ아다치 슈이치 변호사)에 ‘올해의 법조인상’을 수여했다. 이 상을 대표로 받기 위해 한국에 온 다카기 변호사는 수상 소감을 통해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이 관계 회복을 위해 1965년 체결한 협정이다. 결과적으로 이 협정에 들어간 ‘국민의 재산ㆍ권리ㆍ이익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란 문구는 피해보상 사안이 나올 때마다 일본 정부가 꺼내 드는 방패가 됐다.
다카기 변호사는 “1991년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국장이 국회 답변을 통해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란 두 국가의 청구권 및 개인에 관한 ‘외교보호권’이란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청구권 자체를 소멸시킨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굳이 일본 법률 144호를 제정해 한국인의 ‘재산ㆍ권리ㆍ이익이 소멸됐다’고 강조한 것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권리가 소멸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 법률이 미치지 않는 한국에서 개인의 청구권을 인정해도 일본이 뭐라 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카기 변호사는 1973년 변호사가 된 해부터 사할린 한국인 및 조선인 사건 변론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1984년 히로시마 원폭 당시 피폭 한국인 소송, 1991년 태평양전쟁피해자유족회의 의뢰로 일본군에 징용된 군인, 군무원, 위안부 등의 소송을 담당했다.
햇수로 자신의 나라와 싸운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혈기왕성했던 젊은이는 백발의 노인이 됐어도 한국인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소송전은 끝나지 않았다.
2008년부터 한국 법원에서 일본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 소송 원고는 현재 약 1,100명이다. 그는 “개인의 청구권이 남아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국제 중재재판으로 끌어가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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