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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29> 이반고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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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29> 이반고로드

입력
2019.02.08 17:00
수정
2019.02.08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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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독립때 러시아 영토로 남아… 20여년 소유권 논쟁

나르바강을 중심으로 우측에 위치하고 있는 이반고로드. 구글이미지 캡처
나르바강을 중심으로 우측에 위치하고 있는 이반고로드. 구글이미지 캡처

소련 붕괴는 1990년대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91년 12월25일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소련 지도부를 해체하고, 모든 연방국의 독립을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소련의 붕괴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사이에 이반고로드 영유권 갈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나의 연방으로 묶여있을 때는 영토의 귀속여부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에스토니아가 역사적으로 적성국이나 다름없는 러시아와 떨어져 나오면서 이반고로드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반고로드는 러시아 레닌그라드주 서쪽에 있는 도시로, 나르바강을 사이에 두고 에스토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1492년 러시아제국 황제였던 이반 3세가 이곳에 요새를 구축한 뒤 그의 이름을 따 이반고로드라 칭하게 됐다. 그러다 1918년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제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양국이 ‘타르투 조약’을 맺게 됐는데, 이때 러시아가 “이반고로드는 에스토니아령”이라며 영토의 귀속여부를 확인해줬다.

이 조약은 훗날 양국 영유권 분쟁의 단초가 됐다. 당장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독일군이 점령했던 나르바 지역을 탈환하고, 그를 기회 삼아 이반고로드를 나르바로부터 행정 분리했다. 1945년에는 나르바강을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간 국경으로 삼고, 이반고로드를 러시아 레닌그라드주에 속하게 했다. 이때만 해도 에스토니아가 소련의 연방국이었기 때문에, 일방적인 행정 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에도 이반고로드가 러시아 영토로 남아있자, 에스토니아 측에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과거 양국이 맺은 타르투 조약에 의거, 이반고로드가 자국 영토라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는 에스토니아가 1944년 자발적으로 소련에 복귀했기 때문에 조약이 무효로 돌아갔으며, 1991년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1920년의 에스토니아와 별개의 국가이기 때문에 조약에 명시된 국경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들어 양국 사이에는 수 차례 국경 협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양국 모두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지 못 하면서 분쟁은 답보 상태에 있다. 2005년에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국경조약에 합의했지만, 러시아 국회는 “에스토니아가 타르투 조약을 언급했다”며 처리를 유보했다. 2006년에는 러시아가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으나, 에스토니아에서 수락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탓에 현재까지는 러시아가 이반고로드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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