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오찬간담회서 文대통령에 조언… 이정동 특보 “창업 실패 안전망을”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경제 혁신을 위해선 정부가 창업 과정에서 실패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창업과 창업에 따른 시행착오에 대해 언급하며 지난주 새로 임명된 두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했다. 문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 시절 ‘창업 붐’이 일었을 당시 창업 선발주자들 대부분 실패한 사례를 화두로 던지자, 이 특보는 우선 “실패를 해도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특보는 “미국 창업자의 나이는 평균 40대 중반이고, 실리콘밸리 활동하는 하이테크 창업자 평균 나이는 50대”라며 “경험이 풍부하고 시행착오가 온몸에 새겨진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데 정부도 이런 경력자들의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특보가 “현장의 공무원들이 민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현장 책임자가 도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도록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며 “감사원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아직은 공직문화가 굳어져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의장 역시 “김대중 정부 때는 대기업 출신들이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많이 했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받쳐주질 않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이상 경험 있는 사람들이 도전적인 창업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공부문을 개혁하고 재정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부의장은“우리 국민들이 공공부문 확대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며 “그러니 공공부문 확대와 더불어 공공부문 개혁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옛날처럼 사람 자르는 개혁이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방향성을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의장은 “정부 출범 이후 2년간은 재정을 긴축해온 측면이 있다”며 “우리 공무원들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정확장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이 특보의 저서인 ‘축적의 길’을 언급하며 “대선 때 한참 바쁜데도 이 특보의 책을 읽었다”며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축적의 길’은 성장동력이 약해진 한국 산업이 제품과 서비스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기 위해 어떻게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해 나갈 것인지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설을 맞아 ‘축적의 길’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