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장난 아닌 폭력으로 인지해야”
중학교 1학년 김모(13)양은 지난해 1학기 내내 방학만을 기다렸다.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수업시간에 ‘얼굴이 빻았다(못생겼다)’는 비속어가 적힌 쪽지를 받는가 하면 ‘피부 상태가 X랄맞다’ 등 학기 내내 외모에 대한 놀림에 시달려서다.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렸지만 “장난이었다”는 가해학생에게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학교폭력 가운데 언어폭력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학교현장에선 이를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부터 한달 간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재학생 약 9만명을 대상으로 한 30일 발표한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2,135명(2.4%)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3.6%(1,056명), 중학생 2.2%(775명), 고등학생 1.3%(322명)가 피해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김양과 같은 언어폭력(42.5%) 피해가 가장 높았다. 신체 폭행(17.1%), 집단따돌림(15.2%), 사이버괴롭힘(8.2%)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조사대상의 1.2%(1,061명)이었다. 이들은 학교폭력 가해의 주된 이유를 ‘장난으로(37.2%)’, ‘오해와 갈등으로(18.1%)’, ‘상대학생이 먼저 잘못해서(17.5%) 등의 순으로 인식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 있다는 학생은 전체의 7.9%(7,127명)로 피해 및 가해 응답률보다 높았다. 이들 중 34.1%가 학교폭력을 목격하고도 방관했다고 답변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괴롭히는 친구를 말리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22.0%)’, ‘못 본 척 했다(7.9%), ‘구경했다(4.2%)’ 순으로 답했다.
언어폭력을 동급생 간의 사소한 장난으로 치부하는 이상 학교폭력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체 폭력과 달리 언어폭력의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경미한 장난 정도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언어폭력이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엄연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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