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번식업자 고발키로
지난 28일 오후 경기 평택시의 한 단독주택. 제보를 받고 이곳을 찾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평택시 등에 따르면, 오물이 가득해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공간에 장모 치와와종 6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장모 치와와는 수년 전 방송에 나와 한 때 인기가 있었던 견종(犬種)이다. 대부분의 개들이 옴 진드기 피부병에 걸려 있었고, 일부 개들은 출산을 앞둔 상태였다. 개들은 대부분 성대수술이 되어 있어 짖지도 못했고, 앞을 보지 못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등 장애를 가진 개들도 있었다. 바로 옆에는 방치된 개 사체도 발견됐다. 집 주인은 이른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기르는 사람)로 의심됐지만 이후 불법 번식, 판매업자임이 확인됐다. 활동가들이 해당 집주인이 반려동물중개사이트에서 동물을 판매한 이력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활동가들과 소유주 간 몇 시간에 걸친 실랑이 끝에 결국 번식업자가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면서 동물자유연대는 개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동물보호법 상 동물생산업의 경우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판매업은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동물학대 정황도 분명해 번식업자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구조한 개들을 동물병원과 동물자유연대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보호하고 치료한 뒤 입양처를 찾을 계획이다.
동물권 단체 케어가 구조한 동물을 임의로 안락사 시킨 게 밝혀지면서 유기동물을 양산하는 번식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실제로는 수많은 번식장들이 이처럼 관리 사각지대에서 운영되고 있어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강아지 공장’을 없애기 위해 동물생산업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신규 시설의 경우 바닥이 망으로 된 사육시설인 ‘뜬장’설치도 금지했다. 또한 반려동물 판매자는 ‘동물판매업’ 등록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처럼 무허가 영업시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번식장에서 한해 45만마리가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 생산판매업에 대한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강아지공장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강아지 이력제 등 투명한 관리시스템과 함께 법망을 우회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물자유연대는 학대동물을 지자체 권한으로 소유주로부터 격리할 수 있음에도 평택시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소유주와 협상을 해야 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자가 규정에도 없는 학대당사자인 견주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해 결국 격리조치를 하지 못하고 소유주로부터 소유권 포기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개들이 유기ㆍ유실동물이 아니라 소유자가 명백히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적 절차에 따르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사육업자 이익단체인 한국동물복지연합회의 김영규 회장은 “이번 적발된 사건은 애니멀호더이자 불법 개인분양자이지 번식업자가 아니다”며 “모든 번식업자가 이같이 사육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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