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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않아” 서아프리카 이슬람권 여성들 ‘이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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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않아” 서아프리카 이슬람권 여성들 ‘이혼 혁명’

입력
2019.02.13 15:00
수정
2019.02.13 19: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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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니제르, 지난 3년간 여성 요청 이혼이 2배로… 경제적 지위 상승도 한 몫

나이지리아 ‘놀리우드’에서 제작된 코미디 영화 '아내는 파업 중'은 서아프리카의 결혼 생활에 무관심한 남편에 반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부인과 부친이 명령한 조혼에 반발하는 딸의 모습을 그려 인기를 모았다. 유튜브 캡처
나이지리아 ‘놀리우드’에서 제작된 코미디 영화 '아내는 파업 중'은 서아프리카의 결혼 생활에 무관심한 남편에 반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부인과 부친이 명령한 조혼에 반발하는 딸의 모습을 그려 인기를 모았다. 유튜브 캡처

#.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제3도시인 마라디에 거주하는 잘리카 아마두(18)는 애초 남편에게 얽매여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2년 전 모친과 주변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택했다. 하지만 이상적인 결혼을 약속한 남편은 바느질 교실도 못 나가게 했고, 가족과 친구도 자신의 허락 없이 못 만나도록 막았다. 결국 아마두는 마라디시 이슬람교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거주하는 라마타 삼피(27)는 경영과 회계를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철도 노동자인 남편은 삼피에게 학업을 중단하고 다카르에서 멀리 떨어진 자신의 본가로 함께 들어가자고 요구했다. 결국 남편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삼피는 이혼법정으로 향했다. 삼피는 “우리가 함께 살고 함께 일하고 서로를 도울 줄 알았다”고 한탄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수 세기 동안 불행한 결혼생활을 참고 살았던 서아프리카의 이슬람권 여성 사이로 ‘조용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참지 않고 이혼을 결행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 지역 이혼율은 수치상으로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과거에는 남편 쪽의 이혼 신청이 많았는데 이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여성의 교육과 생활수준이 가장 낮고 남성과의 불평등도 심각한 니제르조차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잘리카 아마두가 거주하는 마라디 이슬람교 법원의 알칼리 나우알리 이스마엘 판사는 NYT에 “지난 3년간 여성이 요청하는 이혼이 2배로 늘어났다. 1개월당 50명꼴”이라고 말했다. 이혼 사유로 여성들은 △존중과 사랑 △건강한 성생활 같은 ‘부부의 가치’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든다. 니제르 이슬람협회의 알루 하마 마이가 사무총장은 “과거와 달리 최근 젊은 여성들은 결혼에 기대치가 있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혼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위 상승도 서아프리카 여성의 이혼 결단을 뒷받침한다. 교육수준과 취업률이 높아지며 더 이상 가정, 특히 남편에게 생활을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이 늘어났다. 세네갈 다카르 여성변호사협회의 주요 고객은 라마타 삼피처럼 도시에서 자신만의 경력을 좇는 여성이다. 이 협회 소속 변호사 다우다 카는 NYT에 “다카르에 사는 수많은 여성이 일자리도 있고 돈도 번다”라며 “결혼 생활이 안 풀리면 여성들이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신세대 여성들이 부모 세대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정부도 국제 기준에 맞춰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법률과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중매체도 이런 분위기를 적극 반영한다. 2016년 나이지리아 코미디 영화 ‘아내는 파업 중(Wives on Strike)’은 여성이 연대를 형성해 가부장적인 부친과 남편에게 저항한다는 내용으로 인기를 모아 영화 속편에 TV 연작까지 나왔다. 정부가 지원하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대중 토크쇼와 힙합 음악 가사마저 ‘부인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니제르는 여전히 세계에서 조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결혼 전에 관계를 맺거나 임신하면 안 된다는 관념 때문에 부모가 아예 어릴 적부터 딸의 결혼을 추진한다. 일부 가난한 부모들은 비싼 지참금을 대가로 사실상 딸을 팔아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와 시민단체는 물론 과거 전통을 대변했던 이슬람교 성직자들마저 조혼 반대 운동인 ‘어린이는 신부가 아니다(#ChildNotBride)’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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