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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송월

입력
2019.01.30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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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작품에서 점 하나도 뺄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 축하 공연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015년 12월 ‘베이징 회군’을 하며 했다는 말이다. 당시 현 단장은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직전 이를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중국 측이 공연 배경화면 중 핵 미사일 발사 장면의 삭제를 요청하며 갈등이 커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 베이징 회군 이틀 전 김 위원장은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 보유국이 됐다“고 선언한 터였다. 북측 입장에선 중국의 간섭을 주권 침해로 여겼을 수 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연 관람이 관철되지 않은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이 참석할 경우 중국이 마치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격을 확 낮춰 문화부 부부장(차관)이 참관하겠다고 통보했다. 김 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결성된 악단의 첫 해외공연이 무시와 홀대를 받자 전격 귀국 명령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후 한 달도 안된 2016년 1월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중국엔 사전통보도 하지 않았다.

□ 현 단장이 3년여 만에 베이징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시 주석 부부가 직접 이들을 맞았다. 시 주석 부부는 무대 위로 올라 공연단을 격려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공연 전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현 단장을 이례적으로 따로 접견했다. 인민일보는 이를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며 ‘시 황제’가 된 시 주석이 외국 공연단을 이처럼 환대한 경우는 거의 없다.

□ 북한 핵을 문제 삼는 중국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중국은 자신들의 반대에도 핵을 개발한 북한이 밉지만 적어도 북한이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국과 손잡는 것은 막아야 할 판이다. 이렇게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대접받게 됐다. 국보(國寶) 공연단의 위상도 높였다. 북한이 핵도 보유하고 자존심도 지키는 사이 우리 외교는 도대체 뭘 했을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 초미세먼지 공습에도 우린 중국에 항의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하기야 주중대사가 20일 넘게 공석인데 무슨 말을 더 하랴. 무기력한 한국 외교를 보면 북한 외교의 결기와 배포가 부러울 때도 있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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