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러시아가 북한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대가로 핵발전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당국자들이 지난해 10월 말 북미 비핵화 대화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 북한에 이 같은 비밀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제안에 대해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핵 협상에 개입하려는 러시아의 새로운 시도"라며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경제적 발판을 갖는 걸 경계하는 중국과 미국의 관리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P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직접 핵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모든 부산물과 폐기물을 러시아로 되돌려 보내, 북한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하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생산 위험은 줄이는 방안을 구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료는 “중앙정보국(CIA)는 러시아 핵발전소가 무기화가 가능한 부산물을 극히 적은 양만 생산할 것으로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러시아의 비밀 제안에 대해 백악관과 국무부, CIA, 주미 러시아 대사관 등이 언급을 피했다면서 "이 안이 여전히 협상 중인 것인지, 아니면 북미 협상에 이미 영향을 줬는지 불분명하다"라고 전했다. 이 제안을 아는 인사들은 “만약 김정은 정권이 관심을 보였다면, 러시아는 북한에 현실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을 것”이라고 WP에 설명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러시아는 북한과 관련해 굉장히 기회주의적이며, 북한에서 에너지 지분을 추구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라면서 "역대 미 정부는 러시아의 접근을 환영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생각을 고수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러시아 구상이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착안한 것으로 봤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 관련 외교관과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오랜 기간 시베리아와 동아시아 사이의 에너지망 구축에 관심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해결자 노릇을 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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