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바이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는 미국의 아시아 원유시장 점유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아람코는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들이기로 하고, 현대중공업그룹과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글로벌 플라츠(S&P Global Platts)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원유 공급처가 됐다”며 “한국 원유업계에서 아람코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은 한국이 앞으로 사우디 원유수출 거점 될 것 의미한다”고 대조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이 자국 내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리면서 사우디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견제가 이번 지분 인수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소비량은 전세계의 20%가량이며, 아시아 국가들은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플라츠는 아람코의 아시아 연쇄 투자에 대해 "갈수록 심화하는 글로벌 석유업계 경쟁 속에서 아시아에서만큼은 대규모 수출 판로를 놓칠 수 없다는 의도에서 나온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람코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나스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말레이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도 밝혔다. 또 같은 해 47조원을 투자해 인도에 대규모 석유단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로 아시아 주요 원유 소비국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아람코가 이번 지분 인수로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사우디로서는 매달 일정 규모의 대(對) 한국 원유 수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