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핵심 인물인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정식 형사재판이 시작부터 파행을 맞이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이 공판 하루를 앞두고 전원 사임하자, 재판부는 예정된 공판기일을 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30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임 전 차장 사건 첫 공판기일을 변호인 전원 사임으로 인해 변경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중순까지 잡혀 있던 재판 일정도 모두 보류했다. 다음 기일은 추후 지정할 예정이다.
임 전 차장 사건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필요적(필수적) 변론 사건’이라 변호인 없이 재판할 수 없다. 구속 사건, 피고인이 미성년자이거나 고령(70세 이상)일 때, 사형ㆍ무기징역 단기 3년 이상의 징역ㆍ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되는 때는 변호인을 꼭 지정해야 한다.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 지정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결국 정식 재판이 열리려면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소망ㆍ청림ㆍ민ㆍ소백 등 소속 변호사 11명은 전날 재판부에 일제히 소송 대리인 사임서를 제출했다. 법원 안팎의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수사 기록 복사 등을 둘러싸고 변호인 측이 검찰의 조치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애초 수사기록의 40%만 복사하도록 하는 등 협조 하지 않아 수사기록 전부 복사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지난 15일엔 추가 기소가 있었는데도 기록을 복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록 검토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공판준비기일을 한번 더 갖자고 했으나 재판부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1월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15일에는 전ㆍ현직 국회의원들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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