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노르웨이가 세계 최초로 바다 수면 아래에 떠 있는 부양터널 공사에 도전하고 있다. 성공할 경우 한국, 중국, 이탈리아 등을 제치고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전망이다.
노르웨이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나라다.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특히 빙하가 빚어낸 1,000여개의 피오르드가 백미로 꼽힌다. 피오르드는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가파르게 경사가 깎인 계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좁은 만을 말한다.
이렇다 보니 관광객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다 유람선으로 갈아타길 반복하며 불편하게 여행을 즐겨야 한다. 관광명소가 즐비한 북부 트론헤임에서 남부 크리스티안산까지 서쪽해안과 맞닿은 39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는데 무려 21시간이 걸린다. 피오르드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벌어들였지만, 반대로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지역 발전이 더딘 탓에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노르웨이 정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부양터널이라고 CNN은 전했다. 수면 아래 30m 깊이에 케이블을 박아 떠 있는 형상으로 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피오르드의 경우 수심이 1㎞에 달해 해저에 터널을 건설하기 여의치 않다. 반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양대교의 경우, 북유럽의 거센 바람과 조류의 충격으로 파손 위험이 크다. 이미 노르웨이와 미국 등은 부양대교를 운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해수에 딱 잠길 정도 깊이에 터널을 설치하면 부양대교에 비해 외부충격이 상당히 줄어들고,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피오르드의 절경을 감상하는 관광객의 시야를 가릴 필요가 없다. 소음도 확 줄어든다. 바다 밑바닥을 뚫어 고정하는 해저터널에 비해 시공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39번 국도구간에 5개의 부양터널을 건설하면 이동시간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노르웨이 정부의 추산이다. 공사비는 400억달러(약 44조원), 예상완료시기는 2050년이다. CNN은 “노르웨이가 30년 프로젝트의 원대한 도전에 첫 발을 디뎠다”고 평가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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