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극인들을 향한 가장 흔한 오해는 '원래 웃긴 사람'이란 생각이다. 그러나 이들의 코믹 매력이 폭발하는 건 주로 카메라 앞이나 무대 위에서다. 방송에서 '19금 농담'을 즐기는 한 연예인도 사석에서는 근엄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볼 때, 대중이 보는 이미지와 실제 연예인의 모습에는 큰 간극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개그우먼들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수줍음 많고 낯을 가리고 심지어 내성적이기까지 하다. 너무 얌전한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오나미와 김민경 역시 '반전 매력'이 빛나는 사람들이다. 한없이 여리고 상냥한 모습으로 기자를 놀라게 한 이들은 개그계에서도 절친한 사이로 통한다. 지난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11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개그콘서트
오나미는 최근까지 KBS2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다. 현재는 새 코너를 준비 중이다. 마지막까지 활약한 코너는 신봉선과 함께한 '#Scene봉선생'. 대본 연습실의 최고 권력자 봉선생님 신봉선과 아부 대마왕 감독 장기영, 대세 여배우 오나미, 꽃미남 배우 서태훈이 촬영장의 예측불허 상황들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오나미(이하 '나미'): 제가 워낙 캐릭터가 세다 보니까 한번도 안 쉰 거처럼 보이나 봐요. 요즘 오랜만에 쉬고 있거든요. 신봉선 선배님은 제가 매일 롤모델이라고 생각하는 분인데 같이 코너를 하게 된 게 영광이었죠. 너무 높은 선배라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걸 계기로 더 각별해지고 팀 전체가 돈독해졌으니까. 태훈이나 기영 오빠 그리고 나의 기수가 다 틀린데 너무 친하게 지냈고 팀웍이 좋았어요.

김민경(이하 '민경'): 나미는 정말 후배든 선배든 같이 하고 싶어하는 연기자죠. 성격이 너무 착하거든요. 후배들도 스스럼 없이 장난칠 수 있고 너무 편한 사람이다 보니까 다들 좋아하지. 사실 코너 짜는데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재밌어도 하기 싫어져요. 그런데 이 팀은 다들 너무 친하고 서로 조심스럽게 신경써주고 배려하는 게 느껴져서 정말 보기가 좋았어요.
코너를 마친 오나미와 반대로 김민경은 최근 '개그콘서트'로 돌아갔다. 그가 출연하는 인기 코너 '스카이캔슬'은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패러디한 B급 감성 개그로 웃음 상위 1%를 점령하고 있다. 갈수록 싱크로율이 높아지고 있는 코미디언들의 연기가 큰 재미를 선사한다.
민경: 개그맨이다 보니까 언제나 '개그콘서트' 무대는 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운 좋게 선배들과 감독님이 '이런 코너가 있는데 같이 와서 해보라'고 해서 회의를 거쳐 무대까지 서게 됐죠. 행운을 얻게 됐지만 안 해본 개그고 연기이다 보니까 너무 어려워요. 내가 성대모사를 하거나 누굴 따라한 적은 없었거든요. 어려운데, 서로 의지하고 충고하면서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으니 꾸준히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요.
#힘이 되는 동료
그냥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듯 즐거워하던 이들은 서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속내를 알 수 있을 만큼의 경지에 올랐다.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믿을 수 있는 동지가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것이 있을까.
나미: 민경 언니랑은 동기이다 보니까 우리는 따로 채팅방이 있어요. 서로 바빠서 자주는 못 보는데 연락을 매일 안 해도 같이 있는 (단톡)방이 너무 많거든요. 같이 속해있는 모임만 대여섯개니 따로 일대일로 연락하지 않아도 거의 매일 연락하는 느낌이랄까.

민경: 만약 고민이 있으면 서슴없이 전화해서 얘기할 수 있는 사이죠. '연락을 할까 말까, 해도 되나'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바로 연락해서 '나미 뭐해?' 할 수 있는 거. 그게 참 좋아요.
나미: 언니는 진짜 내 말투나 표정만 봐도 뭐가 있는지 안다니까. 너무 신기해요. 나도 모르는 내 기분을 언니가 알 정도니까요. 하하.
민경: '너 고민 있지?' 물어서 나미가 없다고 해도 '아니, 너 고민 있어. 있다니까' 해요.(웃음) 괜히 조각을 맞춰보면서 혼자 추측을 하죠.
나미: 사실 개그맨들끼리는 동고동락한 것도 크지만, 부자를 못 봤어요. 다 사연 있고 힘들게 산 사람들이다 보니까 서로가 힘들 때 도와주고 하다 보니 더 끈끈해지는 거 같아요.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가 정말 힘들었는데 그때 연락 돌릴 경황도 없었거든요. 언니가 우리 매니저에게 물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시골까지 와줬어요. 눈물이 많이 나고 너무 고마웠죠. 나도 베풀고 살아야겠단 생각을 그때 많이 한 거 같아요.
민경: 나미는 많이 여리고 착해서 주변에서 뭘 부탁하면 말이 안 되는 것도 다 가 줄 정도에요. 사실 우리가 연말 시상식 때 많이 울었잖아요? 상 받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하다 보니까 너무 축하하는 마음에 그런 거에요. 슬픔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 받아야 할 사람들이 받는 기분이 들었고, 내가 받는 거보다 훨씬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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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고 싶은 길
오랜 시간 같이 지내온 만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기대가 크다. 따뜻한 감성이 누구보다 잘 맞는 오나미와 김민경은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게 될 날도 꿈꾸고 있다.
나미: 올해 방송을 많이 하고 싶은데,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걸 하고 싶어요. 거짓되지 않은 나의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런 걸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최고의 사랑'도 그랬죠. 나는 정말 리얼이었으니까.
민경: 우리 둘 다 감상적이다 보니까 따뜻한 예능을 좋아해요. 착한 예능이 나올 때 우리 시대랑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막말로 시골에 가서 어머니들과 같이 하는 예능이라든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그런 거. 그 속에 들어가서 어우러지고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하, 나는 맨날 울지도 몰라요. 정이 많거든요.
나미: 둘이 같이 슬픈 영화 보면 안돼요. 진짜 계속 울거든요. 연예대상 때도 계속 울어가지고 사람들한테 진짜 많이 연락이 왔어요. 상 받는 사람보다 우리 얼굴이 더 나왔다고. 언니는 정말 정신적 지주 느낌이에요. 고민 있으면 이 언니에게 얘기하면 다 들어줘요. 입도 정말 무겁고 누설이 안돼.
민경: 입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서 문제죠. 하하.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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