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딸 추정 인물 아버지 엄벌 촉구
환청을 듣고 아내를 살해했다는 안모(56)씨의 딸로 추정되는 인물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아버지가 감형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지난 28일 ‘강서구 환청 아내 살인사건 피해자 딸입니다’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는 “저희들에게 한 행동을 봤을 때 심신미약이란 이유로 감형돼서는 안되고, 제발 엄중한 처벌을 부탁 드린다”는 절규가 담겼다.
자신을 안씨의 큰 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2015년에 아버지가 흉기를 들고 제 방으로 걸어오면서 죽이겠다고 했다. 112에 신고해 찔리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며 어릴 적부터 반복된 안씨의 폭력과 살해 협박을 설명했다.
집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된 이유와 비극을 막지 못한 자책감도 토로했다. “유독 나에게 해코지가 심했던 탓에 나만 떠나면 다른 가족은 안전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돌아온 것은 엄마의 싸늘한 주검이었다. 만약 그때 내가 흉기에 찔렸다면 엄마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글쓴이에 따르면 안씨가 경찰에 체포됐어도 남은 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둘째 딸에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어머니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됐다. 글쓴이는 “우리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아버지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떠나질 않는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안씨는 지난달 7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서 아내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체포됐다. 경찰에서 안씨는 “아내를 죽이라”는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7일 치료감호 청구 없이 안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심신미약 결과가 나온 것은 맞지만, 일반적인 살인사건으로 보고 기소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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