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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지하수에서 최초 발견된 ‘슈퍼버그’가 불과 3년 만에 1만2,000㎞나 떨어진 북극 토양에서도 확인되면서 전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지구상 존재하는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이 ‘슈퍼버그’가 열대에서 극지까지 전세계에 퍼진 만큼 창궐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슈퍼버그가 진원지인 인도에서 약 1만2,800㎞ 떨어진 북극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영국 뉴캐슬 대학 데이비드 그레이엄 연구팀에 따르면 슈퍼버그가 인도에서 확인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노르웨이 인근 섬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엄 연구팀은 연구 표본으로 노르웨이 스발바르섬 내 8개 토양 샘플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일부러 인간의 영향이 거의 없는 고립된 지역을 선택했다”면서 항생제 남용이나 야생동물의 이동뿐 아니라, 유전자 진화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박테리아 DNA를 관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샘플은 2013년 채취된 것으로, 박테리아가 항생제 내성을 갖게 하는 ‘뉴델리 메탈로 베타락타마제(NDM-1)’와 ‘피엔씨에이(pncA)’ 등 131개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NDM-1은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에서 발견돼 야생동물을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pncA는 모든 토양 샘플에서 확인돼 북극 지역에서 자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DM-1의 경우 인도에서 북극까지 직접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 게리 라이트 전염병 연구소장은 “슈퍼버그가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틴 블레이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장은 “(슈퍼버그의) 확산 속도만이 아니라 위치가 더 큰 문제”라면서 “일반적으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온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곳(북극)에서 슈퍼버그가 발견됐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WSJ는 영국 정부 보고서를 인용,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으로 최소 7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슈퍼버그가 어떻게 생겨나고 확산하는지를 정확히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성을 가진 유전자가 있다면 분명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유기체가 있다”면서 “발견되지 않은 항생제를 토양에서 찾아내야 한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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