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스톡홀름 회의, 영변 핵시설 시료 채취 요구ㆍ제재완화 범위 등 이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로 공언한 ‘2월 말’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양국 간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북미 양측은 ‘합숙담판’을 벌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영변 핵시설 검증 및 제재 완화와 관련해 입장 차를 확인한 채 본격적인 의견 조율은 차기 협상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 대사가 북측의 새 실무 협상 담당자로 등장하는 변수까지 더해져 시간이 더욱 촉박해지는 모습이다.
29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9~21일(현지시간) 남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진이 참석한 스톡홀름 회의에서 3자는 각자 비핵화 및 상응 조치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 공유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쳤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취임 5개월 만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던 만큼 적극적으로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비핵화, 북미관계, 평화체제에 있어 각자 입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설명하는 수준이었고, 양측 분위기가 좋았던 것도 아직 협상이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미는 최대 쟁점인 비핵화 검증 프로세스 분야에서 상당한 입장 차를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미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이는 거론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신 한미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및 참관은 물론이고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목표를 위해 시료 채취 등 강도 높은 수준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북한에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의 핵시설 검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비핵화 상응 조치로 거론되는 제재 완화에 있어서도 이견 폭이 큰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전체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협상이 이제 막 시작했으니 요구사항도 최대치로 밝힌 것으로 이해되지만, 미국과 제재 완화 범위와 시점 등에 있어 접점을 추려나가는 과정이 매우 치열할 듯 하다”고 말했다. 북측은 29일도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싱가포르 조미(북미) 공동성명에 따른 선제적인 노력을 보였으며 미국이 여기에 상응한 실천 행동을 취할 때”라며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핵심 의제를 둘러싼 의견 조율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지만 설상가상으로 북측이 협상단 진용 재정비에 나선 것도 걸림돌이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합의문 조율을 도맡아 온 최 부상을 대신해 김 전 대사가 비건 특별대표와 협상장에 마주앉게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김 전 대사는 최 부상에 비해 강경하고 거친 성향으로 알려져, 이 역시 다가올 북미 실무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북미가 내달 초 실무협상을 이어가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이 순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작년 6ㆍ12 정상회담도 당초 ‘5월 말’로 예고됐으나 5월 한 차례 회담 무산 후 재개 소동을 거쳐 6월로 미뤄진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에 “북미가 회담 일자를 조율하고 있다고 하니 맞춰지는 대로 개최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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