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북미국장 日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 계기
국방부 “한미일 협의, 美 관심 있다면 고려할 만”
일본 해상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의 레이더에 조준됐는지, 아니면 거꾸로 위협 비행을 벌였는지를 놓고 한일 군사당국이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한미일 외교ㆍ국방 당국자 간 3자 회동이 일본에서 이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의 중재를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29일 외교부는 “김태진 북미국장이 유엔군사령부 초청으로 30~31일 이틀간 주일 유엔사 후방 기지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번 방문 기간 기지 시찰 및 유엔사ㆍ주일미군 관계자 면담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방문 계기에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미국 담당 국장급 외교 당국자와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 북미국장이 부임 첫해 유엔사 후방 기지를 찾는 건 그 동안의 관례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이 중심인 유엔사를 매개로 한일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지는 모양새인 데다 대미 관계를 맡고 있는 당국자 간 접촉인 만큼 미국 측 인사가 포함된 한미일 3자 접촉이 일본에서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접촉이 이뤄진다면 한미일 3각 공조에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큰 한일 해상 갈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리라는 게 외교부 주변의 대체적 관측이다.
지금쯤이면 미국이 중재에 나서려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 건 최근이다. 해결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일 갈등을 더 이상 미국이 좌시할 수 없으리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기도 하다. 실제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국방부와 외교부를 잇달아 찾아 장시간 머문 게 ‘미국 중재 본격화’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일 협의 가능성이 타진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간 군사 갈등과 관련해 미국 중재 하 한미일 협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한미일 관련 미국의 관심이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도 우리가 같이 고려해 볼 사안”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중재 의사가 있다면 한미일 협의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