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지표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산정 체제 개편에 나서면서 하반기부터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거란 기대감이 높다. 정부는 가계대출에서만 최대 8,600억원의 이자가 절감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또 다른 대출금리 구성항목인 ‘가산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가계 이자부담 수천억 절감”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7월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 도입으로 코픽스 금리가 지금보다 0.27%포인트 떨어지고, 이에 따라 가계대출 이자는 최소 1,000억원, 최대 8,6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금융위 의뢰를 받아 기존 가계대출 통계를 기반으로 산출한 결과다.
추정 결과에 따르면 코픽스 조정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7월 이후 신규 대출자다.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 규모는 연간 36조원인데, 이들 대출의 금리가 0.27% 포인트 떨어지면 1,000억원의 이자 비용이 절감된다. 간접 효과는 더 크다. 이번 개편 대상은 아니지만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역시 잔액 기준 코픽스와 경쟁하며 하향 조정될 걸로 금융위는 내다본다. 이 지표 또한 0.27%포인트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기존 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 대출자(83조원)도 이자 부담이 2,200억원 줄어드는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나아가 종전 변동금리 대출자 가운데 절반가량(200조원)이 신규 코픽스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5,400억원의 추가 이자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이러한 추정치가 현실화할 경우 가계대출 분야에서 8,600억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변동금리 기업대출까지 새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으로 전환하면 4,500억원이 추가 절약돼 전체적 경제 효과는 1조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은행, 가산금리 조정할까
하지만 당국의 ‘장밋빛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 특히 가산금리의 변동 여부에 따라 금리 인하 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코픽스)에 더하는 금리다. 새 코픽스 도입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린다면 소비자가 실제 부담할 대출금리는 이전과 같을 수 있다.
은행권도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전체 대출금리가 그만큼 인하된다고 속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출금리는 상품 출시 때 수요ㆍ공급 등 시장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며 “잔액 기준 코픽스는 대출금리에 산입되는 기준금리 지표 중 하나일 뿐 절대적 기준으로 보긴 어렵다”며 고 말했다. 여기엔 정부의 코픽스 산정 체제 개편이 시장의 가격(금리) 결정권을 침해하는 ‘관치 금융’이라는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책을 은행권이 정면으로 거스르긴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22일 금융위가 코픽스 조정을 통한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내놓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업적인 만큼 가계부채에 얼마나 혜택이 있을지 자세히 설명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정부가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오면 은행으로선 영업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 반대할 명분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도 가산금리 인상 가능성을 단속하고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이 변한 게 없어 가산금리를 올릴 유인이 적다”며 “하반기 가산금리 변동 추이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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