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카페 같은 면접장
편한 복장에 간식까지 제공
작년 하반기 지원자 20% 늘어
“면접장에서 간단한 점심식사와 무릎담요까지 제공했어요. 복장도 정장 대신 편하게 입고 갔죠.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에 긴장감이 줄어 실력을 잘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연말 롯데백화점 공채에 최종 합격한 조영훈(29)씨는 150대 1의 ‘바늘구멍’ 경쟁을 뚫었다. 다른 기업 면접도 여러 차례 응시해봤다는 그는 롯데백화점이 면접 환경을 바꾼 시도가 구직자 입장에서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2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0명을 뽑는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구직자 1,500명이 몰렸다. 2017년 하반기 채용 때보다 지원자가 20% 이상 많아졌다. 구직난이 심각하지만 지원자 수가 이 정도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채용 초기 단계부터 지원자의 눈높이에 맞춰 1대 1 상담을 제공하는 등 지난해 채용 서비스에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이 꼽는 가장 큰 변화는 면접장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은 ‘가드닝 카페’를 콘셉트로 면접장 곳곳에 화분을 배치했다. 바닥을 초록색으로 장식하고 새 지저귀는 소리를 은은하게 깔아 지원자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대기할 때 앉는 책상은 지원자들끼리 마주보며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도록 둥글게 배치했고, 의자마다 무릎담요를 놓았다. 대기 시간이 긴 점을 감안해 샌드위치와 음료를 비치했고, 면접을 마친 지원자들에겐 응원 문구와 면접비를 담은 작은 선인장 화분을 건넸다. 조씨는 “보통 면접장에선 딱딱한 분위기 때문에 평가받고 감시받는 것 같아 더 긴장되는데, 카페 같은 면접장을 보고 나서는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롯데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면접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지만 지원자들에게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기업이 아무리 ‘편한 복장’을 권한다 해도 구직자 입장에선 ‘정말 그래도 되나’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나’ 싶어 갈등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가령 면접 안내 메일에 편한 복장의 사례를 사진으로 첨부해주면 지원자가 회사의 의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접 당일 긴 소매 라운드 티셔츠에 재킷, 검정색 면바지를 착용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채용 환경 변화는 서류 접수 전 단계부터 적용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업계 처음으로 ‘라이브 채용설명회’를 열었고, 회사에 많은 관심을 보인 지원자들을 선별해 직접 전화를 걸어 1대 1 상담했다. 채용 설명회도 직무별 현업 담당자가 관련 학과의 과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구직자들의 세세한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송지홍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는 “좋은 인재를 데려오려면 기업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살려 채용 절차를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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