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찬양 세력이 광화문광장 점령, 최순실 알지도 못 했다”
여론조사서 17.1%로 李총리 제쳐… 한국당 전대 黃 1강 체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황 전 총리는 “과거로 퇴행하고 있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되살리겠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보수 정체성을 어필했다. 그는 출마선언식 직전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이낙연 현 총리를 누르고 1위를 차지, ‘황교안 대세론’을 증명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까지 남은 한 달 간 경쟁 후보 측의 공세, 피선거권 논란으로 증폭된 계파 갈등과 비판 여론 등을 치명적 내상 없이 방어하고 뚫고 나가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사에서 각지에서 모여든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전당대회 출마 일성을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철 지난 좌파 경제실험 소득주도성장이 이 정권의 도그마가 됐다”며 “국가경쟁력 추락을 염려하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이념으로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또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들이 광화문 광장을 점령하고, 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북한의 독재와 인권탄압을 놓아두고 진정한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 수 없다”고 짙은 보수색을 드러냈다.
황 전 총리는 “당 대표가 된다면 ‘2020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원내외 투쟁을 함께 펼쳐 연내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이 정권의 망국 정책을 반드시 폐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자유우파의 대통합과 당의 외연 확대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 제1야당을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당의 중심인물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통합 정책 협의회’ 구성, 문호개방을 통한 인재 영입 등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황 전 총리는 민감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정면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정황이 국정농단 관련 수사기록에 드러났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최순실이란 사람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국민의 여론과 여망을 종합해서 기회가 되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주도한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심리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위헌성이 입증됐고 9명의 재판관 가운데 8명이 위헌 판단을 했다. 논란이 있을 수 없다”고 자신했다.
당권 도전 행보를 본격화한 황 전 총리는 이날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보수ㆍ진보 진영을 통틀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21~25일 전국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황 전 총리 선호도는 17.1%, 이 총리는 15.3%였다. 반면 경쟁 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각각 전달보다 하락한 5.9%, 5.3%를 기록했다.
이날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황 전 총리의 피선거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데 더해 여론조사 결과까지 유리하게 나오면서 전당대회 초반구도가 ‘황교안 1강’으로 잡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장 황 전 총리가 자신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선관위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출마선언을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뒷말이 나온다. ‘친박 프레임’과 병역기피 논란 등을 고리로 갈수록 거칠어질 경쟁 주자들의 공세를 이겨내는 것도 ‘정치신인’인 그가 이겨내야 할 과제다. 한국당 관계자는 “30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등의 뒷심을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큰 잡음 없이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방’이 나오지 않는 한 판세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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