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회사 수익 송금 차단
마두로, 영어로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반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기업(PDVSA)에 대한 자산 동결 및 송금 금지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정권을 지탱하는 석유 자금줄을 죄는 방식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고사시켜 베네수엘라에 친미 정권을 들여 놓겠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즉각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며 반발했다
28일(현지시간)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믄 므누신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PDVSA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제재안이 즉각 시행되면서 미국 내 PDVSA의 모든 자산이 동결됐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됐다.
이번 제제안의 핵심은 PDVSA가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시트고(Citgo)의 수익을 베네수엘라로 송금하지 못하도록 한 점이다. 기업 운영 자체는 할 수 있지만, 석유를 팔아 남긴 돈을 마두로 정권에 넘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본국으로 송금되지 못한 돈은 접근이 차단된 미국 내 계좌에 보관된다.
가진 것이라곤 석유밖에 없는 베네수엘라는 생산 원유의 41%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마두로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제재로 절반에 가까운 원유 판매 수익을 놓치게 되는 셈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 조치로) 베네수엘라가 내년 11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마두로 굶기기 작전’으로 퇴진 압박 수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영어’까지 써가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AP통신은 “마두로 대통령이 국영TV에 나와 “미국의 이번 제재는 범죄”라고 비난한 뒤 어눌하지만 강력한 어조의 영어로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Hands off Venezuela)”고 외쳤다고 전했다.
스스로 임시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도 성명을 통해 “PDVSA와 시트고의 새 이사회 인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국가자산에 대한 과도정부의 통제권을 확보해 두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제재가 당장 마두로 정권에 대한 결정타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마두로 대통령 집권 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이미 꾸준히 감소해왔기 때문에 이번 제재 효과도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마두로 퇴진을 위한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미주 10여개국으로 구성된 다자협의체 ‘리마 그룹’은 다음달 4일 베네수엘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날 오타와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회의가 ‘마두로 퇴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제재안을 발표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 선 볼턴 보좌관 손에 “5,000명 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지가 들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실제 파병 여부와는 관계없이 마두로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메모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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