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숨기고 입국했던 미국인이
자신의 파트너 통해 자료 접근
싱가포르에서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1만4,200명의 의료기록이 온라인에 유출됐다. 에이즈 환자의 절반 정도는 동성 연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는 동성연애 자체가 불법이어서 이번 HIV 양성자 기록 유출은 싱가포르에서 매우 민감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28일 "의료기록 유출 사고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의료기록이 유출된 개인들에게 이를 통보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부에 따르면, HIV 양성 사실이 유출된 인원 중 5,400명은 싱가포르인이며, 8,800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정보는 환자 이름과 연락처, 주소, HIV 검사 결과 등이었다.
해당 정보는 지난해까지 싱가포르에 거주했던 미국인 미키 브로체즈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개인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파트너'이자 전국공중보건국장이었던 레르 텍 시앙의 도움 덕분이었다. 브로체즈는 싱가포르 의료당국에서 일하는 시앙을 통해 HIV 국가등록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이달부터 이를 배포했다는 게 싱가포르 당국의 설명이다.
시앙은 HIV 양성자인 브로체즈를 싱가포르에 입국시키기 위해 그의 의료기록 위조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 혐의로 그는 지난해 9월 24개월 형을 받았다.
정보 유출 당사자인 브로체즈도 HIV 양성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입국한 죄로 28개월 징역을 산 뒤 현재는 추방된 상태다. 그러나 그의 현재 소재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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