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전직 대통령들을 모욕하곤 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WP에 따르면 클리프 심스 전 백악관 공보담당 참모의 신간 ‘독사들의 팀(Team of Vipers)’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객들을 상대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 사건을 의도적으로 거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인이 백악관에 방문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내부를 안내해주곤 했는데, 특정 장소에서 “여기가 빌과 모니카가…”라면서 말을 흐렸다는 것. 이어 “그 이후로 리모델링을 했다”고 덧붙이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농담거리로 삼았다. WP는 방문객 서너 명이 비슷한 발언을 들었고, 그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를 지었다고 덧붙였다.
전 대통령 폄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WP는 익명의 백악관 직원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객들에게 집무실에 딸려 있는 식사공간을 가리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기 앉아 하루 종일 농구경기를 시청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방문객들에게 본인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식사공간 벽에 구멍이 뚫려있을 정도로 형편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직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식사공간에서 거의 일을 하지 않았고, 농구경기를 본 적도 없다. 벽에 구멍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을 낳을 정도로 백악관 투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미 생활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4일 미국 대학 풋볼 챔피언 클렘슨 타이거스팀 선수들을 초대해 햄버거 파티를 벌인 뒤에도 몇몇 선수를 대통령 집무실에 데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역사학자 더글라스 브린클리 미 라이스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백악관 일부 공간들을 개인적인 곳으로 두고 싶어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사람들과 돌아다니길 좋아한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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