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지엠은 브랜드의 최신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과 시장이 요구하는 상품성을 갖춘 쉐보레 더 뉴 말리부를 출시했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리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중형 세단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말리부에서 최초로 데뷔한 ‘디젤 사양’에 관심이 생겼다.
큼직한 체격을 갖춘 더 뉴 말리부에 자리한 1.6L 위스퍼 디젤 엔진은 과연, 어떤 성과와 효율성을 이뤄낼 수 있을까?
더 뉴 말리부, 위스퍼 디젤을 품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더 뉴 말리부의 보닛 아래를 확인했다. 더 뉴 말리부의 엔진룸 중심에는 트랙스, 크루즈 그리고 이쿼녹스 등 앞서 데뷔한 차량들을 통해 그 실력을 과시한 위스퍼 디젤, 1.6L CDTi 디젤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136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낸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동급의 디젤 엔진으로 그 범위를 줄이면 상당히 출력이 높은 엔진임을 알 수 있다.
이 엔진과 호흡을 맞추는 변속기는 바로 Gen3 6단 자동 변속기이며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더 뉴 말리부 디젤은 리터 당 14.5km*의 복합 연비와 각각 13.1km/L와 16.6km/L의 도심 및 고속 연비를 갖췄다. 전체적으로 출력이나 효율성 등에 있어서 밸런스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19인치 휠/타이어 기준)
첫 번째, 자유로 50km를 달리다
첫 번째 주행은 모든 시승이 진행될 때마다 진행하는 자유로 주행으로 삼았다. 자유로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로의 가양대교 북단 인근에서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자유로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통일대교’까지 달려 그 평균 연비를 확인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를 통해 50km 전후의 주행 거리를 통해 90km/h 정속 주행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다.
쾌적한 상황에서 자유로의 주행이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1.6L 위스퍼 디젤 엔진의 고속, 정속 주행 시의 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특징, 강점보다 더 돋보이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정숙성’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 더 뉴 말리부 디젤은 정속 주행 시의 정말 완벽에 가까운 정숙성을 과시했다. 실제 자유로를 90km/h 전후의 속도로 달리면서 귀를 기울여도 크게 거슬리거나 진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정숙성의 정도가 상당했다.
중형 세단의 패키징에서 위스퍼 디젤이 더욱 돋보이게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자유로 주행을 마친 후 트립 컴퓨터의 기록을 확인했다.
더 뉴 말리부는 구간 평균 87km/h의 속도로 총 50.3km의 거리를 달렸고, 그 결과 공인 연비를 크게 상회하는 리터 당 23.0km의 우수한 결과를 과시했다. 참고로 이 수치는 복합 연비는 둘째치고, 16.6km/L에 이르는 고속 연비를 약 40% 가량 앞지른 모습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지방도로를 달리다
두 번째 주행은 바로 더 뉴 말리부와 함께 경기도 북부의 지방도를 달려 좌상바위까지 달리는 구간으로 했다.
지방도로로 이어진 구간이라 주행 속도의 편차도 큰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는 앞서 말했던 정속 주행과 함께 차량의 기본적인 가감속, 그리고 연이은 조향 등에서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었다.
체격이 큰 더 뉴 말리부지만 차량의 공차중량이 1,475kg에 불과하긴 때문에 1.6L CDTi 디젤이 갖고 있는 32.6kg.m의 토크가 그리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덕분에 간간히 만나는 신호등이 그리 난감하거나 얄밉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조향에 대한 질감도 상당히 좋았다. 보통 전륜구동, 그리고 디젤 차량의 경우에는 차량의 무게 밸런스에 있어서 차량의 앞쪽이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더 뉴 말리부 디젤은 제법 차량의 전륜 부분이 상당히 가볍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다만 그런 가벼움 속에서도 차량이 허공에서 휘적거린다는 느낌보다는 안정감을 동반한 가벼움이라 더욱 만족감이 높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좌상바위에 도착해 트립 컴퓨터를 확인했다.
더 뉴 말리부 디젤의 트립 컴퓨터에는 평균 65km/h의 속도로 44.9km를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리터 당 20.6km의 효율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연이은 신호 대기 및 마을 어귀 등을 오가며 가감속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다시 서울로
더 뉴 말리부 디젤의 세 번째 주행은 좌상바위에서 다시 서울 방향으로 돌아오는 구간으로 택했다.
지방의 도로와 함께 자유로를 병행하는 구간인 만큼 주행 거리가 이전보다 조금 더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다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코스와 완전히 같은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주행을 하면서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돋보인 점은 바로 실내 공간에 있다. 더 뉴 말리부는 이전에 말리부와 비교하더라도 정말 크고 넉넉한 체격과 실내 공간을 갖췄다. 실제 차량의 전장이 4,935mm에 이르며 휠베이스 또한 2,830mm인 만큼 중형 세단은 물론, 대형 세단이라고 설명하더라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새롭게 구성된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보스 사운드 시스템 또한 강점이 된다.
이전보다 더욱 익숙하고 편안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갖췄고, 상위 트림의 경우에는 내비게이션 또한 탑재되어 그 만족감이 상당하다. 이와 함께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정숙함을 뽐내는 더 뉴 말리부 디젤의 주행 동안 귀를 즐겁게 해주는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세 번째 주행을 마치고 난 후 트립 컴퓨터를 확인했다.
더 뉴 말리부 디젤의 트립 컴퓨터를 통해 82km/h의 속도로 총 83.5km를 달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1.3km/L라는 우수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디젤 엔진을 왜 이제야 시장에 내놓게 되었는지 얄밉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 번의 주행을 통해 확인한 더 뉴 말리부 디젤의 효율성
세 번의 모든 주행이 끝나고 누적된 기록을 확인했다. 더 뉴 말리부 디젤은 75km/h의 평균 속도로 총 179.3km를 달렸고, 그 결과 리터 당 21.4km라는 걸출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번 주행은 말 그대로 체격 대비 가벼운 공차 중량을 갖춘 더 뉴 말리부의 존재감과 다른 차량들을 통해 이미 그 성과를 이뤄냈던 위스퍼 디젤 엔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돋보이는 순간이라 생각되었다.
디젤 게이트 이후 분명히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GM은 디젤 엔진에 대한 자신감을 여전히 갖고 있고, 또 더 뉴 말리부 디젤의 주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그 결과는 분명 외면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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