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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비용 급등” 중소기업들 끙끙 앓는 표준감사시간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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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비용 급등” 중소기업들 끙끙 앓는 표준감사시간 진실은

입력
2019.01.30 04:40
수정
2019.01.30 07: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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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로 정해지는 회계감사시간 회계사 숙련도 따라 좌우돼

회계 업계 “중소기업은 오히려 비용 줄 수도”

[저작권 한국일보]회계표준감사시간 적용 그룹.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회계표준감사시간 적용 그룹. 박구원 기자

자산 200억원대의 중소 제조업체 대표 박모(56)씨는 요즘 ‘회계표준감사시간’(이하 표준시간) 도입 소식에 초조하다. 표준시간이 도입되면 지금보다 감사시간이 크게 늘어 회계 관련 비용도 덩달아 급증할 거란 업계 사장들의 우려 때문이다. 그는 “회계 감사에만 매년 약 4,000만원을 쓰는데, 앞으로 여기서 50%가 더 늘 거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서는 다른 말을 한다. 한 중견 회계법인 임원은 “감사 시간과 비용이 지금의 1.5배가 된다는 얘기는 대기업에게나 적용된다. 중소기업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2월 중 적용 예정인 표준시간이 최근 기업들의 숨은 고민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 주장은 사뭇 엇갈린다. 누구의 주장이 ‘사실’에 가까울까.

◇부실감사 방지가 도입 목적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표준시간은 작년 11월 외부감사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제도다. 기업마다 적정한 회계감사 투입시간을 정해 감사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는 오는 2월 11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해 2월 중 적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제도는 2016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의 원인으로 ‘부실감사’가 지목되면서 만들어졌다. 감사를 맡았던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안진회계법인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약 5조5,000억원에 이르는데도, 회계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적정’ 의견을 줬다.

4대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 회계사는 “회계 일감을 주는 기업의 입김에서 회계사가 자유롭기 힘든 구조에서, 꼭 투입해야 할 감사시간이 생긴다는 건 감사 품질을 높일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표준시간은 기업 규모 등을 기준으로 한공회가 산정한다. 한공회는 앞서 기업을 자산 규모 순으로 총 9개 그룹으로 나눠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한영, 안진)이 감사를 벌인다는 전제로 표준시간을 책정한 ‘표준시간 제정안’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9개 그룹은 자산 200억원 미만의 소규모 비상장사부터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상장사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그룹1(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속하는 제조기업에는 연간 8,532시간이 회계감사에 투입돼야 한다. 이는 기존 평균 감사시간(5,688시간)에 비해 약 1.5배가 늘어난 수치다. 나머지 8개 그룹도 4대 회계법인에게 감사를 받는다는 기준으로 치면 비슷하게 감사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감사시간 정말 늘어나나

하지만 현실에선 ‘회계사의 숙련도’에 따라 실제 표준시간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한공회가 투입되는 회계사의 능력에 따라 표준시간을 다시 조정하기 때문이다. 한공회 관계자는 “감사 경력이 길수록 업무 능력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하위(7ㆍ8ㆍ9) 그룹에 속하는 자산 200억~1,000억원 중소기업은 지금과 감사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 거라는 게 중견ㆍ중소 회계법인 업계 주장이다. 하위 그룹 기업들은 비용 문제 등으로 이전에도 77~95% 가량이 중견ㆍ중소 회계법인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들 회계법인엔 젊은 시절 4대 회계법인을 거친 10~15년차 중고참 회계사들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히 이들의 ‘숙련도’가 반영되면 4대 법인 기준으로 1.5배 늘어난 표준시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룹7(자산 500억~1,000억원)로 분류되는 기업의 기존 감사시간이 100시간이었다면, 4대 법인 기준으로 1.5배인 150시간을 표준시간으로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15년차 회계사들이 투입되면 숙련도로 인한 시간이 약 40% 절약돼 결과적으로 90시간만 투입해도 된다는 것이다.

한 중견 회계법인 임원은 “표준시간 제도가 도입되면, 오히려 그간 ‘이름값’ 때문에 굳이 비싼 값을 주고 4대 법인을 찾던 관행이 옅어지고 ‘대기업-4대 법인’ ‘중소기업-중소 법인’의 묶음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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