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부자보고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국내 부자 대부분은 국내 경기가 당분간 침체 또는 정체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을 줄일 생각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자 4명 중 3명은 부동산 경기의 전반적 부진에도 서울 지역 부동산은 현상 유지하거나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KEB하나은행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922명을 설문조사해 28일 발표한 ‘2019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향후 5년간 국내 실물경기가 침체(56%) 또는 정체(34%)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도 같은 조사에서 경기 정체 내지 침체를 전망한 응답(67%) 보다 2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동산 경기 전망 또한 침체(45%) 내지 정체(39%)를 점친 응답자가 84%로, 전년(78%) 대비 6%포인트 많아졌다. 그러나 지역별 부동산 경기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서울 부동산은 현 상태로 정체할 것이란 답변이 46%로 가장 많고 침체(29%)와 회복(25%) 간 응답률엔 큰 차이가 없었다. 4명 중 3명은 서울 부동산 시황이 악화되지 않을 걸로 본 것이다. 이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 80%가 침체를 전망하고 회복을 점친 응답은 4%에 불과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가 부동산 규제의 최종판으로 평가 받는 9ㆍ13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해 10~12월 실시된 점을 감안하면 부자들은 ‘서울 집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오를 것’이란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의 자산 중 평균 53.1%가 부동산인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이들은 부동산 위주의 자산 구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의 자산구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률(46%)이 절반에 가까웠고, ‘현재의 자산구성을 유지하되 투자내용을 변경하겠다’(23%),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13%)는 답변까지 합산하면 부동산 비중을 유지 내지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18%)는 답변은 20%에 못 미쳤다.
이러한 선택엔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형성해 온 부자들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자산을 묻는 질문에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2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업소득(20%), 근로소득(19%), 금융자산 투자(19%), 부모의 증여ㆍ상속(15%)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보유자산 용처를 묻는 질문에는 노후자금 사용(48%)과 상속ㆍ증여(43%)가 다수를 이뤘고, 기부하겠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이미 자녀 또는 손자에게 자산 일부를 증여한 부자도 절반(53%) 이상이었다. 증여자산 형태는 현금ㆍ예금(52%), 상업용부동산(20%), 주거용부동산(17%) 순이었다
부자들은 많이 버는 만큼 씀씀이도 컸다. 이들의 한 달 수입은 평균 3,806만원으로 일반 가계(445만원)보다 8.5배 많았고, 월 평균 지출(1,226만원)은 일반 가계(332만원)의 3.7배였다. 대표적 부유층 거주지역인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사는 부자들은 월평균 1,366만원을 썼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 부자가 월 지출액 1,316만원으로 가장 손이 컸고, 이어 60대(1,292만원), 50대(1,074만원), 40대 이하(1,128만원) 순이었다.
부자 10명 중 7명(67.8%)은 평상시 카드보다 현금 사용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카드를 적게 쓰는 경향도 뚜렷했다.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세금 등 기록이 남는 것이 싫어서’(59.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카드를 쓰면 빚 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도 22.6%였다.
부자들은 자동차를 1인당 평균 1.16대 갖고 있고 보유 기간은 평균 5.9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6년마다 자동차를 교체하는 셈이다. 보유 자동차 브랜드는 벤츠(31.8%), BMW(19.5%), 현대기아차(18.6%), 아우디(10.7%) 순이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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