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이 근무했던 제주지역 음료업체 대표가 실형을 피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 신재환)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이크리에이션 대표 김모(57)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28일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공장장 김모(61)씨에 대해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제이크리에이션에는 벌금 2,0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안전관리 소홀이 인정되고 책임도 크다”며 “다만 사고가 여러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고 그 책임을 온전히 피고인들에게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호군은 2017년 11월 9일 오후 1시48분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의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민호군은 현장에서 4분 가량 방치되다 함께 실습을 나온 친구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만인 같은달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검찰은 사고 당시 업체 대표인 김씨 등이 기계 주변에 안전벽을 설치하지 않고 민호군이 관리자 없이 홀로 작업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도내 노동ㆍ교육ㆍ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선고에 앞서 제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별 기업의 산업재해로 국한하지 말고 현장실습 제도 폐지, 기업의 반노동·반인권 행태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선고 후 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세금으로 수십억을 지원한 업체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애가 죽었는데 집행유예라니 말이 안 된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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