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2002)으로 14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심윤경 작가가 ‘설이’를 들고 독자 앞에 다시 섰다. 이번에도 장편 성장소설이다. 전작이 감수성 예민하고 순박한 여덟 살 소년을 등장시켜 비정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살아남기 위해 그악스러워진 열세 살 소녀를 통해 진짜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소설은 제목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소녀 ‘설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눈 오는 새해 첫날 보육원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채 발견된 설이는 이후 세 번의 파양을 거치며 반복적으로 희망을 배신당한다.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전학 간 뒤로는 부유한 아이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빨갛게 입술을 칠하고 거친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애쓴다. 어른과 세상에 대한 환멸에 가득 차 ‘무엇이 진짜 부모의 사랑’이냐고 묻는 설이를 통해, 부모의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것들 속에 담긴 이기심을 심 작가는 짚어낸다.
28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심 작가는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 뒤에 숨은 이기적 사랑이 아니라,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 사랑을 아이에게 쏟아 부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소설은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SKY캐슬’과 겹쳐 읽히는 부분이 많다. 심 작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게 용납될 수 있고 용서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이 올해 고3 수험생이 됐다는 그는 “지난 6년간 소설을 쓰지 못했는데, 그 시기가 딸의 사춘기와 겹쳤다”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지난함과 교육문제의 중압감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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