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월 30일 영국 런던은 꽤나 춥고 바람도 매서웠다고 한다. 록밴드 비틀즈는 그날, 결국 자신들의 마지막 대중공연이 된, 저 유명한 루프탑 콘서트를 열었다. 너무 추워서 링고 스타는 아내 모린의 방풍 외투를 빌려 입었고, 존 레논도 오노 요코의 모피코트 위에 기타를 맸다.
멤버들, 특히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불화가 시작된 건 약 반년 전부터였지만, 공연과 앨범 작업은 근근이 이어지던 때였다. 이듬해 다큐멘터리 ‘렛 잇 비’ 발표 일정도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팀웍은 예전 같지 않았고, 열정도 그날 날씨처럼 냉랭했다.
비틀즈 지하 스튜디오가 있던 런던 사빌 로(Savile Row) 3번지 애플 코어의 5층 옥상에서 콘서트를 열자는 제안을 누가 했는지는 설이 갈린다. 색다른 다큐 영상은 필요했고, 링고 스타의 회고처럼, 그리스 팔라디움이나 사하라 사막에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음향팀은 새벽 4시부터 스피커 등 장비를 옥상으로 옮겼고, 촬영팀도 옥상의 연주 장면과 거리 시민들의 반응을 담을 준비를 마쳤다.
정오 무렵, 사운드 체크를 겸한 ‘Get Back’ 연주가 시작됐고, 평일 직장인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EMI 사운드 담당자(David Harries)는 “연주를 듣고 시민들이 몰려들어 교통이 마비되기를 바라” 스피커 볼륨을 최대로 맞췄다. 그 기대처럼, 거리와 옥상들은 세계 최고의 팀이 펼치는 데뷔 이래 최초의 무료 콘서트를 즐기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비일상의 초월적 상황 덕인지, 그날 약 42분간 이어진 연주와 노래는, 특히 ‘Dig a Pony’는 초신성의 마지막 불꽃처럼 찬란했고, 훗날 매카트니도 “우리는 누구 앞에서 연주한다기보다 하늘을 향해 연주했다”고 회고했다.
누군가가 런던경찰국에 소음을 신고했다. 처음 출동한 관할 지서의 한 젊은 경찰관(Ken Wharfe)은 “우린 그들이 연주를 계속하도록 오히려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파된 경찰들에 의해 공연은 중단됐다. 매카트니는 ‘Get Back’ 가사를 즉흥적으로 바꿔 “또 옥상에서 노는 거니, 엄마는 맘에 안 들어. 너희 모두 잡혀 가게 할거야”라 노래했고, 연주가 끝난 뒤 존 레논은 “우리가 오디션에 합격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멘트는, 그의 의도가 뭐였던, 중의적으로 이해됐다. 비틀즈는 1971년 5월 공식 해산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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