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5일 가계부채 관리 점검 회의에서 올해 가계부채 관련 주요 위험요소 중 하나로 ‘전세대출’을 꼽았다. 전세가가 급등해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경제 현안 중에서도 금융 분야는 전염성이 강해서, 위기를 경고하는 정책 당국자의 발언이 오히려 위기를 가속할 위험성이 크다. 이런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 위원장이 전세 문제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는 경남 거제 등 일부 지방에서 나타나던 깡통전세가 서울ㆍ수도권에서도 출현하고 있다.
깡통전세 발생의 주요 원인은 과거 집값 안정기에 집값 대비 전세가가 80%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전세를 끼고 작은 비용으로 집을 여러 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9ㆍ13 대책 이후 주택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2014~16년 아파트 공급이 대거 이뤄지면서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이 많이 늘어나 전셋값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계약만료 후 전세가를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다가 1년 시한으로 시행 중인 주택담보대출 담보권실행유예제도가 2월 말 끝나면 은행 대출에 몰린 갭투자 물건들이 더 많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문제는 대부분 깡통전세가 집값 5억원 이하 서민 주택이라는 점이다. 집값에는 향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즉 투자가치가 포함되지만, 전세가는 거주 가치만 반영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고가주택은 집값과 전세가의 격차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서민주택의 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집값이 하락하고 주변에 공급량이 늘면 급격히 늘어난다.
이런 점에서 금융회사가 가계 전세 대출 증가를 막는다며 성급하게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또 한 번 서민을 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깡통전세 증가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고 금융사 ‘전세금보장신용보험’ 가입 조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막아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 여기에 깡통전세가 몰려 있는 서민 주거 건물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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