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난해 4분기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매출이 22%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업체인 화웨이(華爲)의 매출은 23% 급증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인 소비자들의 애플 제품 보이콧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시장 조사업체인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이 22%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애플의 중국 내 판매 부진이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덧붙였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의 분석가인 벤 바자린은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며 그 영향도 단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애플의 바닥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애플의 부진이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반면 애플의 경쟁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는 같은 기간 중국에서 23%나 매출액이 늘었다. 전반적으로 애플 제품이 고가인데다 중국 토종 제품들의 기술력이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주의 기류에 멍완저우(孟晩周) 화웨이 부회장 체포 논란이 기름을 부은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에선 최근 멍 부회장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은 종이컵과 캐릭터 등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애플의 중국 실적 부진으로 사실상 ‘애플 쇼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애플은 지난 2일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수요 둔화로 1분기 매출 전망을 낮추자 주가가 급락했었다. 당시 쿡 CEO는 1분기 예상 매출을 당초 전망치인 913억달러에서 840억달러로 크게 낮췄는데, 이튿날 애플 주가는 10% 가까이 폭락했다. 애플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전망을 낮춘 후과는 애플에만 그치지 않았다. 나스닥의 기술주들이 동반 하락한 것은 물론 미국의 3대 지수까지 모두 2%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애플은 29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내 판매 성적표가 관건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애플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주가 폭락이 재현될 수 있고 이 경우 그렇잖아도 흔들리고 있는 세계 경제에 쇼크가 될 수도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조기에 매듭지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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