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찬 한국예총대구광역시협회 정책기획단장을 칭찬합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손경찬(61ㆍ한국예총대구광역시협회 정책기획단장)씨는 2019년 새해 첫날부터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다. 오가는 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건넨다. 맞다. 먼저 복을 짓고 쌓아야 복을 받을 수 있다. 팔공산은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갓바위 부처님 때문에 새해가 되면 소원 보따리를 진 사람들의 단골 산행지다. 손 씨는 소원 보따리 대신 족히 10kg는 넘어 보이는 묵직한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른다.
정상에 올라 봉인된 보따리를 풀었다. 바위 위에 과일 도시락을 정갈하게 늘어놓는다. 정상이라 마침 목도 타던 차에 과일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이거 하나 먹어도 됩니까?”라고 묻는다. 손 씨는 살짝 목례를 한다. 이후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두 개씩 자연스레 먹고 간다. 약속한 듯 익숙한 풍경이다.
손씨는 산행 전날 과일을 살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한다. 과일을 살 때부터 내 역할이 녹아있기에 경건한 마음을 담는다. 내일 만날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과일을 씻어서 하나하나 정성껏 다듬고 닦아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준비까지 보통 2~3시간 시간이 걸린다. 다음날 새벽 3~4시에 일어나 6통의 도시락에 나눠 담는다. 배낭은 남들보다 10배 정도는 무겁다. 등산사고를 대비한 레일과 점퍼, 약품 등과 함께 과일 도시락 6통을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짐을 풀지 않는다. 정상에 오른 사람만 맛볼 수 있는 과일이다.
“왜 과일을 나눠주느냐고요? 제가 받은 복을 보시하며 회향하는 겁니다. 저와의 약속을 실천하는 중이죠. 현재 6년째 매주 산에 올라 과일을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영덕이 고향인 그는 한때 영덕 출신 중에서 제일 잘 나간다고 했을 정도로 호시절을 경험했다. 대기업 총수의 눈에 띄어 10여 년을 삼성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대한민국 최고의 유명인사들과 인맥을 쌓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40대에 고향으로 돌아와 영덕군 기초의원, 경상북도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를 맞았다. 산에 취미가 붙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몸이 무거워질수록 마음이 가벼워지는 매력에 주말마다 산을 찾았다. 그는 산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고 했다. 과일을 나눠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힘든 이들에게 위로의 해갈을 전하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행이라고 믿는다.
“사람이 힘겨울 때는 눈썹까지도 무겁다 했습니다. 산행할 때 과일 한 두개로도 갈증을 달래고 시원함과 감동, 행복을 느낍니다. 6개의 과일 도시락으로 100명이 목마름을 달래니 한 달이면 전혀 모르는 400명에게 보시를 할 수 있습니다. 베풀면 기분이 좋고 내 복이 쌓입니다. 모두 행복한 일이죠, 하하!”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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