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바꾸고 전속캐디 없이 파머스 오픈 우승
미국프로골프(PGA)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오랜 시간 함께 한 전속 캐디의 부재에도 남자골프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로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라호야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로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해 2위 애덤 스콧(호주)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투어 통산 10번째 우승컵으로 로즈는 닉 팔도(9승)를 넘어 잉글랜드 선수 역대 PGA 투어 최다 우승 기록을 썼다. 로즈는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페덱스컵 랭킹 500포인트를 추가했다.
3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로즈는 첫 다섯 개 홀에서 버디 1개에 보기 3개로 흔들렸다. 그러나 7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9번홀(파5)에서는 벙커를 극복하고 버디를 잡았고, 10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해 상승세를 탔다. 16번홀(파3)에서 추가 버디를 잡은 로즈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3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붙이고 버디 퍼트로 마무리하며 여유롭게 우승을 확정했다.
세계 랭킹 1위임에도 ‘최강자’라는 칭호에는 의문이 붙었던 로즈는 타이거 우즈와 로이 맥길로이 등 세계 톱랭커들이 모두 참가한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로즈의 이번 우승은 두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달성된 것이라 더 값지다. 로즈는 전속 캐디 마크 풀처가 지난주 심장 수술을 받아 부재한 상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0년 넘게 라운딩을 함께 해온 로즈와 풀처는 PGA 투어에서도 돈독한 관계로 유명하다. 로즈는 지난해 2월 상하이에서 열린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풀처의 머리를 우승컵 모양으로 만들며 장난을 치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는 풀처가 로즈의 드라이버를 실수로 자신의 친구에게 주는 바람에 로즈가 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던 일화도 있다. 로즈는 우승 소감에서 “친구, 이 우승은 당신를 위한 것”이라며 “빨리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로즈는 대회 한 달 전 테일러메이드에서 혼마로 골프클럽 계약을 새로 맺었다. 20년간 손에 익었던 클럽대신 새 브랜드의 장비를 들고 참여한 두 번째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로즈는 “더 나아지려는 방법을 찾으려고 현재 상황에 도전하고 모든 것을 바꿨다”며 “이번 대회에서 공을 치면서 점점 편안해지고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