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민주당원’ 자처한 슐츠 “민주당 너무 왼쪽으로 치우쳐”
민주당 표심 분산으로 트럼프 어부지리 가능성
민주당 인사들 “그만 둬” “스타벅스 불매운동할 것”
미국 현대사에서 제3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없지만 고춧가루를 뿌린 일은 적지 않다. 1992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 로스 페로가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당선을 도왔고 2000년 대선 때는 진보 성향 랠프 네이더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분석이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2020년 대선에서도 또 다른 ‘무소속 변수’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인공은 스타벅스를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으로 키운 하워드 슐츠(65) 전 스타벅스 회장이다. “평생 민주당원”이라고 자처해온 그가 민주당 경선이 아니라 무소속 대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민주당 성향 표심을 분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슐츠 전 회장은 27일(현지시간) 방송된 CBS 방송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무소속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당 제도 바깥에서 중도 무소속으로 뛸 것이다”며 “현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양당이 미국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지 않은 채 매일 보복 정치에 골몰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선 “내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 솔직해지지 못하거나 내가 믿지 않는 것을 말해야만 한다”며 “민주당이 너무 왼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정부가 지불하는 무상 대학 교육, 무상 의료를 지지하는 것을 보면서 드는 의문은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파산시키지 않고 그 모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에 당선되기 위해선 진보적 색채를 뚜렷이 내야 하는데 자신의 비전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로, 거꾸로 보면 ‘진보 경쟁’을 벌어야 하는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민주당 표심 분산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울 수 있다’는 지적에는 미국민 42%가 무소속이라고 응답했다는 최근 갤럽 여론조사를 거론하면서 “지금의 미국은 매우 심각하게 분열돼 과거와 다르다”며 “통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극좌 진보의 민주당 후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좌우로 치우쳐 중도 후보의 공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는 것이 그의 무소속 출마 근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민주당 인사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워싱턴주 민주당 의장인 티나 포들로도프스키는 지난주 그의 출마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그에게 두 마디만 하고 싶다. 그만 두라(Just Don’t)”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진보센터의 니라 탠던 의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가 출마하면 스타벅스 불매 운동을 벌일 것이다”며 “트럼프 승리를 돕는 사람에겐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선 출사표를 던진 줄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장관도 CNN 방송에 "트럼프가 재선하는데 최고의 희망을 던져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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