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계의 총리’로 불렸고, 과거 주요 경제 정책 방향을 놓고 정부와 협의할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자랑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선 후보가 난립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 수장을 찾는 주요 재계단체 두 곳의 연초 분위기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2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인사회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LG회장등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관례적으로 자리를 하던 전경련 회장은 초대받지 못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경련 회장 구인난…한때 거기 누구 없소 

2월 임기를 마치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현재 연임 여부를 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2011년 2월 취임한 뒤 4연임하면서 8년째 회장 직을 맡고 있는데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이번에는 회장직을 고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앞서 전경련 회장을 5연임한 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77년~87년)이 유일하다.

문제는 차기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4대 그룹(삼성ㆍ현대차ㆍSKㆍLG)이 이미 탈퇴한데다 남아 있는 주요 대기업 총수 중에서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나 롯데, 한진 등에서 맡아주길 바라는 시선도 있지만 이들 기업도 최근 몇 년 동안 경제단체 활동에 나서기 힘든 사정이 생겼다는 점에서 전망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끝없이 추락하는 전경련의 위상 역시 회장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경련이 2017년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정부는커녕 기업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경련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초대 회장을 맡았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이 바통을 이을 정도로 막강한 자리였으나, 최근엔 청와대가 주관한 ‘신년인사회’, ‘기업인과의 대화’는 물론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최한 주요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조차 배제되는 ‘패싱(Passing·따돌리기)’이 반복되고 있다.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자리’였던 전경련 회장은 ‘맡아 봐야 득이 될 게 없는 자리’로 전락했다.

전경련 조직 역시 힘을 잃었다. 2017년 회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7본부를 1본부 2실로 조직 정비하는 과정에서 200명이 넘던 전체 직원은 현재는 80명 수준까지 줄었다. 직원 임금도 30% 이상 삭감됐다.

4대 그룹 등 주요 회원사가 이탈하면서 회비 수익이 2016년 408억원에서 2017년 113억원으로 급감했고, 임대사업 등 사업수익도 같은 기간 936억원에서 67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예산도 572억4,5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작년(807억원) 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경제를 통한 민간외교의 산실로 여러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라며 “신임 회장 선출은 전경련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중기중앙회장은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는 자리가 많아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노른자’로 불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얻을 것 많은 중기중앙회는 벌써부터 떠들썩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둔 중기중앙회는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벌써부터 소란스럽다. 다음달 초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게 돼 있는데 이미 6명 정도가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박상희 영화방송제작협동조합 이사장, 원재희 폴리부틸렌조합 이사장, 이재관 전기에너지조합 이사장, 이재한 주차설비조합 이사장, 주대철 방송통신산업조합 이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임기 4년 동안 부총리급 의전을 받으면서 대통령 공식 해외 순방에도 동행하는 등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은 자리”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과열 선거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박성택 현 회장이 선거 관련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역대 회장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 등 잡음이 많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부터는 후보 기탁금을 2억원으로 올리고 과반 득표를 해야 그 중 절반을 돌려받도록 규정을 바꿨다”며 “후보 등록 기간이 지나면 본인 홍보 등을 위해 나선 후보가 절반 이상 걸러지면서 예전과는 양상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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