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0㎏ 처음에는 번쩍 들리다가도
소원 빌고 다시 들면 무겁게 느껴져
간절히 빌면 꼭 이뤄진다는 소문에
해외서도 발걸음 하루 평균 410명 찾아
학자들, “똑같은 힘 가했다면 불가한 일”,
“바라는 마음 강하면 들고 싶지 않아져”
“기자양반,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한 번 들어보소.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니까….”
처음에는 쉽게 들리지만 소원을 빌고 나면 들리지 않아 신비의 돌로 불리는 경북 영천시 북안면 관리의 영천돌할매. 돌을 촬영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관리인인 마을주민 하해성(80)옹이 연신 “들어보라”고 권했다.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재 본 돌의 둘레는 약 59.5㎝, 높이는 약 25㎝. 무게는 10㎏로, 아무 생각 없이 돌을 들자 생각대로 번쩍 들렸다. 헌데 소원을 빌고 나서는 어쩐 일인지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자신의 운명을 점쳐 볼 수 있는 영천돌할매 일대는 평일 오전에도 전국 각지에서 온 차량들로 붐볐다.
김미선(38ㆍ경남 김해 어방동)씨는 “새해가 돼 올해는 일이 잘 풀릴 수 있을지 한 번 들어 보려고 일부러 찾아 왔다”고 말했다.
돌할매는 경북 포항과 영천을 잇는 28번 국도 중간지점에서 자동차로 왕복2차선의 꼬불꼬불한 길을 20분 이상 달릴 만큼 골짜기에 자리했다. 하지만 찾기는 쉬웠다. 내비게이션에 검색하면 바로 뜨는데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어 쉽게 눈에 띄었다.
영천시 등에 따르면 돌할매 방문객은 일본 중국 등 해외서도 찾아 한해 15만 명이 넘는다. 하루 평균 410명 이상 찾는 셈이다. 돌할매의 유명세에 이곳에서 1㎞가량 떨어진 돌할배와 돌을 던져 들어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돌구멍도 덩달아 인기였다.
돌할매 인근 한 상인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다”고 말했다.
돌할매는 성인 3, 4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유리로 된 칸막이로 둘러 싸여 있었다. 가족, 연인끼리 온 방문객들도 차례로 한 명씩 들어갔다. 돌할매 옆에 세워진 표지판에는 ‘절대로 웃거나 잡담하지 말고 엄숙해야 한다’, ‘소원을 빌고 돌을 들었을 때 처음보다 무겁거나 들리지 않으면 이뤄진다고 전해진다’, ‘처음보다 가볍게 들리면 기분 나빠하지 말고 지극정성으로 빌면 꼭 이뤄진다’고 쓰여 있었다.
줄을 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일행과 웃고 떠들다가도 순서가 되면 표지판에 적힌 대로 조용해졌다. 처음 번쩍 들린 돌은 소원을 빌고 난 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상철(55ㆍ강원 동해시 천곡동)씨는 “아들 건강을 빌었는데 쉽게 들렸던 돌이 소원을 빌고 나서는 무겁게 느껴지고 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동일한 힘이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승환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력의 법칙 상 같은 힘을 가한다는 전제로 움직였던 돌이 그 다음에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처음 들었을 때와 동일한 힘이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만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믿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두 번째 돌을 들 때 처음보다 힘이 덜 가해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영천=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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