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해 일본에 최신예 고정식 레이더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ICBM 공격 능력을 감안, 보다 정확한 요격을 위해선 발사 장소와 가까운 곳에 레이더를 배치해 미사일 요격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복수의 미일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미 본토 방위레이더(HDR)’라고 불리는 신형 레이더를 2025년 일본에 배치하기로 하고 조만간 일본 정부에 의사를 공식 타진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등에 배치한 요격미사일을 축으로 하는 지상배치미사일 방어(GMD)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미사일 발사 정보를 파악할 레이더도 자국 영토에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차량으로 운반 가능한 ICBM을 개발하는 등 미사일의 발사 징후는 날로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정확한 요격 및 발사 후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선 발사 장소와 가까운 곳에 레이더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돼 왔다. 미국은 2023년 하와이에 HDR를 배치할 계획인데, 일본에 설치할 HDR과 함께 ICBM을 탐지할 새로운 레이더 체계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는 지난 17일 ‘2019년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를 발표할 당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ICBM 위협을 거론하고, “우리의 목표는 미국을 향해 어디서든 어느 때든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DR 개발도 이러한 방침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일본에 고정식 레이더를 배치하기 위해선 항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해야 하고 주변에 미칠 전파의 영향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정식 제의를 받는 대로 수락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미사일 요격체계로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키타(秋田)현과 야마구치(山口)현 등 배치 예정지역에서 레이더 전파에 의한 건강 피해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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