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내년 3월까지 예정돼 있는 임기까지 KT 회장직을 유지하고 이후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며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황 회장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일각에서 중도 사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황 회장은 남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황 회장은 25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폐막 직후 열린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연임 관련 질문이 나오자 “통신 기업을 6년간 이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며 “젊고 유능한 인재가 경영을 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오는 3월부터 사장단과 부사장단을 대상으로 차세대 경영자 교육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1월 취임한 황 회장은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따라서 남은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민영화 후 첫 CEO였던 이용경 전 사장은 2005년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8월 물러났다. 남중수 전 사장(2005년 8월~2008년 11월)과 이석채 전 회장(2009년 3월~2013년 11월)은 연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비리, 배임ㆍ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중도 퇴진한 바 있다. 황 회장은 민영화 이후 가장 오랜 기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 3월 임기 만료에 맞춰 퇴진하면 연임 후 임기까지 무사히 마친 유일한 사례가 된다.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황 회장을 지난 17일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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