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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리전, 미국ㆍ러시아 안보리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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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리전, 미국ㆍ러시아 안보리서 충돌

입력
2019.01.27 18:11
수정
2019.01.27 21:4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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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정면 충돌했다. 미국과 유럽이 친미 성향의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러시아와 중국은 반미 정책을 추진해 온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각각 지지하고 나서면서 베네수엘라 내 권력 다툼이 국제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강대국들 간 충돌의 장은 미국의 요청으로 26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과이도 의장에 대한 각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모든 국가는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자유의 힘(과이도)에 찬성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마두로 정권의 대혼란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두로 정권이 베네수엘라를 “불법적인 마피아 국가로 전락시켰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반(反)마두로 입장을 확실히 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8일 이내에 새로운 선거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과이도 의장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에서도 이들 국가들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베네수엘라 내정 문제’라는 이유로 안보리 회의 자체를 반대했던 러시아는 ‘미국이 과이도 의장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쿠데타를 기획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베네수엘라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면서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적법한 대통령(마두로)을 끌어내리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뻔뻔하고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워싱턴은 남미를 자신의 뒷마당으로 여기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미국의 중남미 내정 간섭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손을 들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손을 들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도 러시아와 뜻을 같이 했다. 마자오쉬(馬朝旭)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이번 문제는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관련된 것”이라며 “안보리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 역시 “(미국 등이) 잘못된 조치를 취하고 국제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핵심 지지세력인 군부에서 첫 이탈자까지 나오면서 점점 더 코너에 몰리는 모습이다. 미국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호세 루이스 실바 대령은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베네수엘라 국민, 특히 군에 속한 내 형제들에게 과이도를 적법한 유일 대통령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은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피하고, 민주주의 회복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자국 내 군인들에게도 과이도 편에 설 것을 호소했다.

최근 자국 내 미국 외교관 추방 방침을 밝혔던 마두로 정부는 국내외 비판으로 궁지에 몰리자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날 “미국과 이익대표부 설치 문제를 협의 중”이라면서 “논의가 진행되는 30일간 미 외교관들은(우리나라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외교관들에게 “72시간 이내에 베네수엘라를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최소 1개월간은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연장해 준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튿날 터키 방송 CNN튀르크과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여지를 남겨뒀다. 다만 “과이도 의장이 헌법을 위배했다”고 지적하고, “무례한 유럽국가들이 제시한 ’8일 내 선거 계획’ 최후 통첩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마두로 진영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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