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35일 만에 잠정 종료]
장벽예산 없는 임시 예산안 서명… 언론 “민주당에 완패”
트럼프, 3주간 예산담판 의지… 2차 북미회담 준비 속도
한 달 넘게 이어져 온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일시 해소된 지 하루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장벽 예산 확보를 고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비판이 고조되자 결국 25일(현지시간) ‘장벽 예산 없는 임시예산안’에 서명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에 대한 항복 선언’이라는 해석이 잇따르는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셧다운 종결은 ‘3주간 연방정부 재가동’이라는 임시적 성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민주ㆍ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의 대립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일단 셧다운에서 벗어남에 따라 행정부 인력 운용 등도 정상화가 가능해진 만큼, 다음달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국경 장벽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폭풍 트윗’을 쏟아냈다. 그는 “21일은 매우 빨리 간다. 민주당과의 협상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는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셧다운 사태를 즉각 종결하긴 했으나, 국경장벽 예산 문제를 담판 짓기로 정한 ‘3주 동안’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양측 모두 단호하기 때문에 협상 성사가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벽은 건설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비용을 들여 2개의 큰 카라반(이민자 행렬)을 되돌렸는데, 최소 8,000명의 또 다른 카라반이 생겼다”며 “강력한 장벽이 있었다면 그들은 멀고 위험한 여행을 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벽은 건설될 것이고, 범죄는 무너질 것!”이라는 말과 함께 관련 동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국경장벽과 관련한 종전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셧다운 대치 정국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항복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장벽 건설을 다짐하고 있다”며 “그의 정치적 동맹들한테서도 나오는 ‘완패’라는 비판에 계속해서 반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예산을 한 푼도 얻지 못한 채 셧다운 임시 종결에 서명했을 때에도 미 언론들은 “펠로시 하원의장에 대한 항복”(블룸버그 통신), “민주당의 큰 승리”(WP) 등의 해석을 내놨다.
이에 앞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의 반영 여부들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대립으로 지난해 12월 22일 시작된 셧다운 사태는 35일째였던 전날 잠정 종료됐다.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다음달 15일까지 3주간 ‘일시적으로’ 셧다운 사태를 풀고 정부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측은 이 기간 동안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합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셧다운을 끝내고 정부 문을 다시 여는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는 걸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사태 선포를 염두에 둔 듯 “모두 알다시피 내게는 매우 강력한 대안이 있으나 이번에는 쓰지 않기로 했으며, 앞으로도 쓰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한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장벽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장벽예산 없이는 셧다운 종료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에 굴복했음을 의미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패배로까지 평가됐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늦은 오후 트위터에 “국민들이 국경장벽에 대한 나의 말을 듣거나 읽어주길 바란다. (국경장벽 예산을 민주당에) 양보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셧다운으로 큰 피해를 입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돌보기 위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셧다운 사태로 급여를 받지 못한 연방 공무원들이 하루빨리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셧다운으로 그동안 15개 정부 부처 가운데 국무, 국토안보, 농림, 교통, 내부, 법무 등 9개 부처가 영향을 받았으며, 80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관리국은 정부 각 기관에 ‘밀린 임금 지급’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주문했으나, 얼마나 신속히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셧다운 사태는 일단 멈췄지만, 3주 내에 국경장벽 예산과 관련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셧다운 재연 또는 국가비상사태 돌입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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