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이끄는 친선 예술단... 28일 시진핑 관람 가능성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에 나선 북한의 친선 예술단이 핵ㆍ미사일 능력 과시 등 정치색은 거의 배제한 채 양국 간 친선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수교 70주년을 맞이한 북중 밀월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7일 베이징(北京)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은 이날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국가대극원에서 ‘북한 친선예술대표단의 중국 방문 공연’이란 이름으로 방중 두 번째 공연을 펼쳤다. 전날 진행된 첫 공연과 달리 이날 대극원 주변에 10m 간격으로 경찰이 배치되고 검문검색이 강화돼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왔음을 예상케 했다. 공연 팸플릿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북중 친선의 영원함을 강조하는 노래 가사가 실렸다.
이번 공연은 군복 차림의 북한 공훈 국가합창단이 맨 먼저 ‘조중 친선은 영원하리라’는 곡을 부르면서 시작됐고, ‘공산당이 없으면 새 중국도 없다’ 등 중국 노래도 여러 곡 불렸다. 2,000여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1시간 30분간 진행된 공연은 양국 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를 담은 관현악 ‘친근한 선물’과 중국 노래 ‘오늘밤을 잊지 못하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관객들은 매 곡이 끝날 때마다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즐겼다.
북한 예술단은 ‘우리의 국기’ 등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곡을 여럿 부르면서도 핵ㆍ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거나 선군정치를 옹호하는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도 없었다. 최근 북미 간 고위급회담과 실무접촉 등이 진행되면서 2차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적극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5년 북한 모란봉악단의 전격 귀국 논란 때와 비교해 현격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현송월 단장이 이끌었던 모란봉악단은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공연 리허설까지 마쳤지만 중국 측이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 영상을 빼달라고 요구하자 이에 강력 반발하며 공연을 취소한 채 급거 귀국했다. 이 사건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중국의 유엔 대북제재 참여로 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과정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북한 예술단의 이번 공연은 2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고, 특히 28일에는 시 주석이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중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 때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공연을 관람했다. 시 주석이 실제로 공연을 관람한다면 양국 관계는 문화방면에서의 교류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밀월관계임을 과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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