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최남단 홀로(Jolo) 섬의 가톨릭 성당 인근에서 일요일인 27일 두 차례에 걸쳐 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21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홀로 섬의 한 성당에서 미사 중에 폭발물이 터졌고, 군경이 현장에 출동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두 번째 폭발은 성당 앞에서 세워진 오토바이에서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그라치아노 미야레스 경찰청장은 “폭발로 14명의 민간인과 7명의 군경이 사망했다”며 “부상자는 현재까지 71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AP통신은 27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 중상자 수도 상당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군도 전군에 경계수위를 높이고 모든 예배 장소 및 공공장소 안전 확보에 들어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적대세력들이 국가에 도전을 했다”며 “우리 군은 이 범죄자들을 분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은 필리핀 남부는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세력이 강한 지역이다. 특히, 폭발 사건이 발생한 홀로 섬도 IS 연계 무장세력인 ‘아부사야프’ 조직의 주요 활동무대로 알려져 있다.
이날 폭발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이슬람 자치정부를 세우는 ‘방사모로(이슬람 국가) 기본법’이 지난 21일 1차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정부군과 무슬림 반군 사이의 내전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발생했다. 50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그간 15만명이 사망했다.
AP통신은 홀로 섬이 속한 남부 술루주에서는 이 법에 반대표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보안 당국자는 “이번 사건이 주민투표 결과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ABS-CBN TV에 말했다.
홀로 섬 지역을 담당하는 필리핀군 대변인은 AFP 통신에 “폭발사건의 동기는 물론 테러”라면서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방사모로 법이 비준된 직후 이런 사건이 발생해 슬프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는 조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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