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엑소와 ‘3세대 K팝 한류’ 주역
“곡에 사람 껴 맞춰” 개성 잃은 K팝 한계도
강다니엘 4월 솔로 가수로 데뷔 등 홀로서기
‘1,612만 건.’ 2017년 6월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멤버 11명을 뽑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 결승에 몰린 시청자 투표(온라인+휴대폰 문자)수다. 단순 계산하면 국민 4명 중 1명이 워너원의 결성 과정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데뷔한 워너원의 활동은 짧지만 강렬했다. 데뷔 2년 차였던 지난해 음반 시장에선 이미 ‘거물’로 통했다. 워너원은 활동 18개월 동안 5장의 앨범을 내 350만 장을 팔았다. 2000년대 이후 가요 3대 기획사인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어떤 그룹도 데뷔 초에 그런 기록을 쓰지 못했다.
워너원은 방탄소년단, 엑소, 트와이스와 함께 ‘3세대 K팝 한류’를 이끈 주역이었다. 워너원의 앨범 1장당 평균 판매량은 70만 장. 음악 소비 시장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재편된 지 오래인데도 앨범 1장을 70만 장이나 팔아 치웠다는 건 팬덤이 그만큼 두터웠다는 얘기다.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워너원의 지난해 음반 시장 점유율은 9.6%”라며 “방탄소년단(22%) 다음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워너원의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206만 장으로, 선배 아이돌그룹인 엑소의 같은 기간 음반 판매량(195만 장)보다 많았다.
활약이 화려했던 만큼 워너원이 가요계에 남긴 그림자도 짙다. 워너원은 ‘조립형 K팝 아이돌 그룹’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음악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했고, 그룹의 음악적 통일성도 부족했다. 선후가 바뀐 그룹 결성 과정이 태생적 문제였다. 음악 방향을 먼저 정하고 팀을 꾸리는 여느 아이돌그룹과 워너원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화제성을 기준으로 팀을 꾸리고 나서 음악을 정하다 보니 일부 멤버는 곡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철저하게 ‘기획’된 아이돌그룹의 한계였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곡에 사람을 끼워 맞추다 보니 무대에서 팀과 멤버들의 생명력을 찾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워너원은 대기업의 음악 시장 수직계열화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기도 했다. CJ ENM은 자사가 소유한 케이블 채널 Mnet의 프로그램에서 워너원을 기획한 뒤 이들의 활동까지 총괄해 ‘골목 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워너원 멤버들은 CJ ENM을 떠나 원래 소속사로 돌아간다. 멤버 상당수는 홀로서기로 활동을 잇는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로 팀을 이끈 강다니엘은 4월에 솔로 신곡을 낸다. 윤지성은 내달 뮤지컬 ‘그날들’에, 옹성우는 이르면 올 상반기에 방송될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 출연해 연기에 도전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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