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에게 앙심을 품고 불법 촬영물을 19차례나 유포하고 ‘추가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감안할 때 불법영상물 촬영ㆍ유포행위인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부장 김익환)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작년 10월 1심에서 ‘동의된 촬영’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이 선고되면서 이 사건(본보 2018년10월 11일자 참조)은 주목을 받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청와대 국민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이 판결에 대해 “법원도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면 적극적으로 항소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A씨는 3년여 사귄 애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행위 영상 등을 19차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불법 촬영물을 피해자 지인 100여명에게 유포하고 추가 공개를 예고한 혐의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복수심으로 성관계 영상을 올려 죄질이 불량하고 인터넷 게시판의 특성상 피해 범위를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자수했고 범행 이후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자가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리벤지 포르노’의 심각성을 직접 언급하고 법정 최고형이 3년 밖에 되지 않는 점을 ‘피고인(A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거론하는 등 엄벌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때문에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일관하던 기존 법원 태도에 비해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 1심 판결 후인 작년 말 법정 최고형이 상향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의 하에 촬영했더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피해자 측은 A씨의 비동의 촬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에 대해 추가 고소하고, 2차 가해를 가한 네티즌과 이를 방치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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