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초계기 갈등이 확산일로다. 일본은 우리 군이 이어도 근해에서 발생한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에 대해 항의하자 근거 없다고 일축하더니 급기야 한술 더 떠 방위상이 초계기 기지를 방문, “경계 감시에 전력을 다하라”고 주문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를 의식해 정경두 국방장관은 26일 해군작전사령부를 찾아가 일본의 행위가 “우방국에 대한 심대한 도발”이라며 군 대응수칙에 따른 강력 대처를 지시했다. 한일 국방 수뇌가 군 기지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번 초계기 갈등은 군사 당국자끼리 사실관계 파악과 재발 방지 약속으로 수습될 수 있었던 사안이다. 설령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해도 굳이 그런 내용을 공개해 상대를 자극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이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일방적으로 공개, 국제 선전전에 활용하면서 한국을 자극했다. 이후에도 일본이 계속 도발을 일삼으면서 사태는 수습은커녕 공방으로 확대됐다.
한일 군사 갈등은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 과거사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양국이 근본적 문제에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지 못하면 군사 갈등의 조기 수습은 어렵고, 설사 수습이 된다 해도 재발할 수 있다. 정부는 계속 검토 중이라지만 위안부ㆍ강제징용 문제 해결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 갈등만 증폭되는 외교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청와대는 전문가들이 징용 문제 해법으로 거론하는 한일 기금 조성안이 “비상식적”이라고 일축했는데,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하겠다는 건지 의아할 따름이다.
다행히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일 민간 교류는 견고해 지난해 한국을 여행한 일본인이 전년보다 28% 늘었고, 비록 증가율은 감소했지만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역시 역대 최다인 754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치ㆍ군사적 갈등이 더 악화해 이런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서둘러 관계 회복의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행위는 매우 불쾌하지만 그럴수록 대화를 통해 연내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갈등 수습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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