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건조한 바람 때문에 눈물이 시도 때도 없이 주르륵 흐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상당수는 반사성 눈물흘림증 때문이다. 건조한 환경에 자극까지 더해지면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히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실내에서도 눈물을 흘리면 눈꺼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눈물이 나가는 통로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김창염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교수는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것을 방치하면 세균 증식으로 각종 염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눈물길 수술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눈물은 눈을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눈물흘림증은 눈물이 너무 많이 나오거나 눈물 배출에 장애가 있으면 생긴다. 안구건조증 등 여러 원인으로 보호막이 망가지면 작은 외부 자극에도 눈이 민감하게 반응해 눈물을 많이 흘린다.
독서나 컴퓨터 작업을 오래하면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잠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건조해도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눈꺼풀이 말려 속눈썹이 눈을 찌르거나 눈꺼풀이 늘어져 눈물 흐름이 좋지 못할 때도 눈물흘림증이 생길 수 있다.
눈물이 흘러내려가는 길에 구조적 문제가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눈물이 빠져나가는 눈물길이 좁아진 상태를 말하는데 눈물흘림증의 20~40%나 된다. 노화나 섭취한 약물 때문에 눈물길이 좁아지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눈물길이 좁은 사람도 있다. 대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좁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좁다. 여성들은 눈화장하면서 눈물길에 이물질과 염증이 쌓이기 쉽다. 눈물흘림증이 동양인 여성에게 많은 이유다.
눈물흘림증은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눈물이 고이고 흘러내리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좁아진 눈물길을 방치하면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생기거나(누낭염), 눈꺼풀ㆍ안구 주변으로 염증이 퍼지는 봉와직염이 생길 수 있다.
눈물흘림증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안구건조증으로 눈물이 많이 나온다면 인공눈물 등을 활용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온찜질, 눈썹세수 등도 도움이 된다. 속눈썹이 찌르는 등 눈꺼풀 위치에 문제가 있어 눈물흘림증이 생겼다면 수술해야 한다.
눈물길이 막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심하게 좁아지지 않았다면 항생제ㆍ소염제 등으로 치료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해야 한다. 별다른 외부 자극 없이 1년 이상 눈물흘림증이 계속되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눈물길이 막혔는지 확인하려면 눈물길 검사(관류검사)를 한다. 식염수가 코를 통해 목으로 내려오면 눈물길이 완전히 막힌 게 아니다. 눈물길이 좁아졌다면 실리콘관을 넣어 넓히는 수술을 한다(코눈물관 내 실리콘관 삽입술). 국소마취로 진행하는 간단한 수술이다.
눈물길이 많이 막혔다면 눈물길을 새로 만드는 ‘눈물주머니 코안연결술(누낭비강문합술)’을 시행해야 한다. 막혀버린 기존 눈물길 대신 눈물주머니와 코 사이 뼈에 작은 구멍을 내 새 길을 만들어주는 수술로, 수술 성공률도 90~95%다. 최근 눈물길 안을 직접 볼 수 있는 누도내시경이 개발돼 좁아진 눈물길도 넓혀 치료하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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