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내수 살려야 세계경제 침체 대응… 소득주도성장 부작용도”
이제민 신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년간 의도하지 않게 재정을 긴축 운영해 온 측면이 있다”며 “확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방향은 맞지만 여러 면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의장은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세계경제 전체가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확장적 재정으로 잘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년간의 의도하지 않은 긴축 재정’은 과도한 초과 세수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약 429조원)과 올해(약 470조원) 정부는 전년보다 예산을 크게 늘려 잡았지만, 세수 예측 실패로 작년에만 25조원 넘는 초과세수가 발생해 ‘세수를 감안하면 경제성장 등을 위해 더 쓸 수도 있었던 예산을 사실상 긴축적으로 쓴’ 결과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 부의장은 세계경제가 ‘대(大)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을 최근 칼럼, 포럼 등에서 줄곧 주장해 왔다. 지난 16일 니어(NEAR)재단 세미나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면서 위기 대응을 위해 확장적 재정운용과 중소ㆍ벤처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침체란 세계경제가 지난 10년간 금융위기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위기 수습은 잘 했지만 미국도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내려가고 있고, 유럽이나 일본도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런 상황에 맞서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 살리기 등이 필요하다는 게 이 부의장의 생각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의장인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헌법기구다. 부의장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총괄한다. 대통령의 경제 ‘씽크 탱크(think tank)’로 보면 된다. 현 정부 첫 부의장이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집행방식 등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다가 지난달 초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이 부의장은 자신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정책, 경제상황 전반에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쓴소리도 하겠다”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역할이 (내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과 내용은 맞다고 보지만 (정책 운영에서) 여러 가지 잘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분배를 개선해 소비를 늘리고 성장을 이끄는 효과를 정부는 기대했으나, 내수 부족 해결방안이 없어 효과가 없었다는 게 이 부의장의 진단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을(乙)들의 전쟁’이 되면서 결국 돈(일자리안정자금)을 투입하게 됐는데, 이를 올바른 재정정책으로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정책은 조금 더 검토해 (대통령께) 제언 하겠다”며 “우리 경제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중장기 과제도 차분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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