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권 침해’ 판단에 해당 기관들은 “수용 거부”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복지시설에서 시간외 근무수당의 지급 근거를 지문인식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27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문인식기만 사용하는 보건복지부와 인천시에 지난해 5월 개선을 권고했지만, 이들 기관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민단체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은 지문인식에 한해서만 연장근로 수당을 인정하도록 규정한 복지부의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서’와 인천시의 ‘사회복지시설 운영 공동지침’이 시설 종사자에게 지문인식을 강요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난해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개인만이 행사할 수 있는 ‘일신전속성’을 가진 민감한 정보가 지문인 만큼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가 없으면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또 복지부와 인천시가 전자태그 방식, 아이디ㆍ비밀번호 설정 등으로 근무 시간을 입력하는 대체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지문등록을 강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복지부와 인천시는 지문인식기 이용 시 개인의 동의를 받는 부분만 수용했다. 대체수단 마련에 대해서는 “보조금의 부당 집행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며 불수용 입장을 인권위에 회신했다.
해당 기관들이 수용을 거부한 사실을 인권위가 밝히는 것은 ‘권고를 받은 관계 기관이 통지한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25조5항)이 근거다. 인권위는 “복제한 실리콘 손가락 등 부정한 수법으로 지문을 인식한 사례가 있어 지문인식기만이 수당 부정 수급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 아니고, 지문 같은 민감한 생체정보 이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대체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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