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X부대요? 그럼 미터기 켜고 태우러 갈게요. 예? 아니 원래 그런 거예요.”
강원 철원군의 모 부대에서 복무 중인 이모(26) 소위는 업무 차 부대를 나갈 때마다 불쾌해진다. 부대 위치가 외진 곳이라 얼른 일을 보려면 콜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그 때마다 택시비 신경전을 벌여야 해서다. 기본 호출료는 물론, 자신을 태우러 오는 비용까지 내겠다 해야 택시가 온다. 저항할 방법도 없다. 이 소위는 “태우러 올 때 미터기를 켜지 말라고 말하면 콜을 거절해버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접경지역 군부대 복무자들이 지나친 콜택시 비용을 호소하고 있다. 태우러 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요금을 부당하게 많이 내야 해서다. 콜택시 호출료는 서울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00원 정도다. 하지만 접경지역 군부대는 예외다. 부대 위치 문제 때문에 호출료 1,000원으론 택시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
각 부대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그래서 부대마다 자체적으로 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로 틈틈이 드나들어야 하는 장교와 부사관들의 필요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휴가 때 빨리 고향으로 가려면 기차나 버스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콜택시를 부를 수 밖에 없다. 강원 화천군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는 김모(24) 상병은 “휴가 때 조금이라도 일찍 터미널에 가려고 콜택시를 불렀는데 1만5,000원이면 충분한 거리를 3만원 넘게 내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정말 태우러 오는 비용만 부담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콜 받는 위치를 알리지 않은 채 미터기를 켜고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철원군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는 이모(22) 하사는 “어디서 출발하는지, 부대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오더라도 알아챌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저 콜택시 기사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
콜택시 기사들도 나름의 항변을 내놓는다. 화천군의 한 콜택시업체 관계자는 “오지에 있는 부대까지 손님을 태우러 가면 편도로만 2만원 가까운 요금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미터기를 켜지 않고 가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이 지역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적인 호출료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콜택시 호출료는 관할 지자체가 정해야 한다. 경기, 강원 접경지역 지자체 13곳 중 화천군과 경기 포천시ㆍ파주시ㆍ연천군 등 7곳에는 명확한 규정이 아예 없다. 규정이라도 만들어 둔 나머지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는 1,000원이다. 이마저도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도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손 놓고 있다. 호출료가 1,000원인 철원군 관계자는 “군부대까지 콜택시가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택시업계의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승객이 탑승 전에 미터기를 작동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요금 징수에 해당한다”며 “지자체에서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방치하다가는 직무유기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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