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EV트렌드 코리아는 현대차의 잔치로 구성될 뻔 했다. 하지만 막이 내린 후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재규어가 선보인 첫 번째 순수 전기차, ‘I-페이스’가 남았다.
전형적인 재규어의 디자인이면서도 전기차에 요구되는 기술적 구조를 반영한 차체와 디자인은 물론이고 400마력에 이르는 강력한 출력을 내는 그 존재에 대한 호기심은 이번 미디어 시승 행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2019년 1월, 재규어 코리아가 I-페이스의 미디어 시승 행사를 마련했다.
과연 호기심에 대한 결실을 어떻게 될까?
재규어의 감성이 담긴 I-페이스
재규어 I-페이스는 말 그대로 브리티시 럭셔리, 재규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먼저 4,682mm의 전장과 1,890mm의 전폭을 자랑하며 전고와 휠베이스는 각각 1,565mm와 2,990mm로 C 세그먼트 SUV의 체격을 갖췄다. 특징이라고 한다면 제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형 SUV에 버금가는 긴 휠베이스로 실내 공간 확보에 집중했고, 제법 제법 낮은 전고로 매력적인 실루엣을 연출한 모습이다.
2010년에 공개된 재규어 C-X75의 매력적인 쿠페형 실루엣을 그대로 이어 받아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재규어 고유의 감성이 돋보인다. 더블-J LED 헤드라이트와 독특한 에어 인테이크 등을 적용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에 있어서 공기역학적인 캡포워드 디자인을 적용해 0.29Cd의 낮은 공기 저항 계수를 자랑한다.
SUV를 지향한 디자인이라고는 하지만 측면의 디자인은 지상고가 다소 높은 4도어 쿠페의 실루엣을 떠오르게 한다. 후면은 측면에서 점점 상승되는 곡선을 그대로 이어받아 살짝 위로 끌어 올려졌고, 과감한 터치와 거대한 디퓨저가 더해진 후면 범퍼를 통해 터프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다만 후면 디자인이 기존의 재규어, 그리고 I-페이스에 적용된 전면 디자인이나 측면 디자인의 매력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함께 전체적인 실루엣과 구성에 있어서 마치 쉐보레가 선보인 EREV(주행 거리 연장 전기차)인 1세대 볼트(VOLT)을 떠올리게 한다.
프리미엄 가치를 더한 공간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들의 실내 공간을 모두 살펴보면 전체적인 고급스러움이나 소재의 만족감 등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재규어 I-페이스는 재규어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재규어의 감성을 고스란히 옮겨오며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실제 재규어 브랜드 특유의 수평적인 대시보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에어 밴트나 물리적 버튼과 같은 전통적인 요소는 최소로 줄였다. 대신 이를 거대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터치 방식의 인터페이스로 모두 변경했다.
I-페이스의 실내 공간에서 돋보이는 건 바로 소재와 구성에 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현존하는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수준이지만 비슷한 가격 대의 내연기관 차량들과 비교한다면 조금 아쉽게 느껴지고 D세그먼트를 담당하는 XE와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대신 이러한 아쉬움에 있어 메탈 피니시의 트림을 곳곳에 더하며 시각적인 매력을 더욱 강조했다.
긴 휠베이스가 선사하는 여유
공간에 대해서는 그 만족감이 높다. I-페이스는 3m에 육박한 긴 휠베이스를 적용했고, 이는 곧바로 실내 공간에서의 여유를 더한다.
여기에 일체형이자 스포티한 감성의 시트를 적용하고 SUV치고는 제법 낮은 시트 포지션을 이뤄내니 그 만족감이 높다. 다만 2열 공간은 레그룸와 헤드룸 모두가 여유롭지만 시트 자체의 높이가 높고, 시트의 쿠션감이 다소 투박해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I-페이스는 656L의 트렁크 공간을 기본적으로 제공하며, 2열 시트의 폴딩 기능이 더해져 상황에 따라 더욱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덕분에 I-페이스는 소유자의 일상은 물론이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도 부합되는 우수한 활용성을 확보했다. 또한 보닛 아래의 27L 추가 적재 공간을 마련했다.
재규어가 선보인 강력한 EV 시스템
재규어 I-페이스의 강점은 바로 뛰어난 주행 성능도 빠질 수 없다.
재규어가 개발한 동기형 전기모터 두 개를 전륜과 후륜 쪽에 배치해 최고 출력 400마력과 71.0kg.m의 강력한 토크를 선사한다. AWD 구동 방식은 물론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은 물론 어댑티브 노면 반응 시스템(AdSR)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I-페이스는 정지 상태에서 단 4.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200km/h에 이른다. 전기 배터리는 90kWh로 그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며 1회 충전 시 333km의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재규어의 경험으로 쌓아 올린 강렬한 EV
재규어 I-페이스의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시트에 몸을 맡겼다.
개인적으로 시트의 높이가 높은 차량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I-페이스는 여느 전기차 및 다른 양산 차량들과 비교하더라도 제법 낮은 시트 포지션을 제공해 그 만족감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여기에 일체형 시트와 스티어링 휠 또한 만족스러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시트의 쿠션이 조금 더 풍성했다면 착좌 시의 만족감이 더욱 높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함께 전방, 측면의 시야가 만족스러웠고, 룸미러로 보이는 후방 시야는 다소 좁게 느껴져 아쉬움이 있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400마력, 71.0kg.m에 이르는 강력한 출력이 전개된다.
정지 상태에서 단 4.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만큼, 원하는 만큼 가속하고 속도를 높인다. 게다가 속도가 높아진 상태에서도 추월 가속력이 쳐지지 않고, 끝까지 가속하는 그 매력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인 고성능 전기차들이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순간, 출력을 100% 발산하는 것과 달리 I-페이스는 출력의 초반 전개를 한층 부드럽게 다듬으며 ‘프미리엄 자동차’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참고로 드라이빙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고 RPM을 높이면 제법 스포티한 엔진 사운드를 더하면서 달리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고, 그 사운드의 품질이나 만족감도 상당히 우수했다. 또한 엑셀러레이터 페달에 따른 출력 전개도 더욱 즉각적으로 개선되며 달리는 즐거움을 도드라지게 그려낸다.
센터 터널 쪽에는 버튼식 기어 시프트가 있는데, I-페이스의 구동계가 토요타처럼 ‘멀티스테이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변속의 기능이라기 보다는 ‘차량의 주행 방향’과 ‘상태’를 정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어 시프트 레버 방식 보다는 이러한 버튼식 방식이 공간 및 활용성 부분에서 더욱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스포츠카 브랜드를 자처하는 재규어의 존재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차량의 전체적인 일체감을 강조하며 이와 함께 조향에 대한 피드백을 상당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실제 스티어링 휠의 기본적인 무게감이 상당한 편이며, 다이내믹보드에서는 여느 스포츠 성향의 차량들과 비교하더라도 묵직함이 돋보인다. 덕분에 속도를 높이고 연이은 코너를 파고들 때의 긴장감이나 다루는 즐거움이 더욱 강조되었다.
이렇게 수준 높은 드라이빙을 연출하는 가운데, 프리미엄의 가치 또한 잊지 않았다.
시승이 진행된 장소는 바다와 가깝고, 아침부터 제법 거센 바람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I-페이스는 풍절음을 효과적으로 억제했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과 소음 또한 훌륭히 차단했다. 이와 함께 차량에 적용된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비슷한 가격대의 XJ에 적용된 수준의 만족감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음향 경험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및 이탈 방지 시스템 등 주행 안전 및 편의 사양도 돋보였다. 크루즈 컨트롤은 속도의 조절을 무척이나 부드럽게 해내며 그 만족감을 높였고, 차선 유지 기능은 차선 양끝의 중앙을 정교하게 유지하며 시승 중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타고 있을 때 회생 에너지를 위한 제동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물론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편이지만, 회생 제동 시의 뒤로 끄는 듯한 느낌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I-페이스는 제동 시의 ‘끌리는 느낌’이 너무 과하게 느껴져 이 부분을 조율하거나 운전자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좋은점: 완성도 높은 프리미엄 전기차 그 자체
아쉬운점: 좋은 만큼 비싼 가격과 전기차 고유의 이질감
프리미엄 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그 동안 국내의 전기차 시장은 현대나 쉐보레가 선보이는 대중적인 존재들과 테슬라로만 구분되었다. 테슬라는 비교적 고성능 모델이자 억대의 프리미엄 모델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이제 그 구분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재규어 I-페이스는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갖췄고, 이 주행 성능에 합을 맞출 수 있는 제동 성능과 서스펜션의 완성도를 갖췄다. 그리고 실내 공간에서의 우수한 기품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세세함까지 챙겼다.
그렇게 I-페이스는 ‘진정한 프리미엄 EV’ 세그먼트의 시작을 알리는 존재가 된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사진: 재규어 코리아,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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